아버지가 전한 ‘믿음의 유산’ 아들에서 손자로

입력 2023-08-07 03:04
생전의 오상진(가운데) 부산 가야제일교회 원로목사가 장·차남인 오정현(사랑의교회·오른쪽) 오정호(새로남교회) 목사와 함께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래는 오정현(오른쪽 두 번째) 목사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는 모습. 오른쪽은 오정호 목사. 사랑의교회·리폼드투데이 제공

지난 3일 별세한 오상진 부산 가야제일교회 원로목사의 ‘믿음의 유산’이 새삼 재조명받고 있다. 향년 89세로 부르심을 받은 오 원로목사는 그의 할머니가 복음을 처음 받아들인 이래 부모에 이어 그가 태어났을 당시부터 이미 3대째 기독교 집안이었다. 19세기 말 한국땅에 처음 복음이 전파되던 시절, 이 가문에 믿음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오 원로목사는 2년 전 별세한 아내 최명순 사모 사이에 4형제를 뒀다. 이 가운데 두 아들과 두 손자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5대째 믿음을 이어가는 동시에 3대째 목회자 집안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오 원로목사의 장남인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와 차남 오정호(새로남교회) 목사에 이어 오정현 목사의 아들인 오기원(뉴서울교회) 목사와 오정호 목사의 아들인 오기환(새로남교회) 부목사가 그들이다.

오정호 목사가 지난해 2월부터 넉 달간 국민일보에 연재한 ‘오정호 목사의 진국 목회’ 시리즈에는 목회자 아버지의 자녀·신앙교육이 어떠했는지 잘 드러난다.

“신앙의 세대 계승을 위해 가훈을 발표하겠다. 너희들도 훗날 이 가훈대로 가정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1963년 새해 첫날, 당시 29세였던 오 원로목사는 온 가족을 모아 놓고 가훈을 발표했다. 오정현 오정호 목사가 각각 7세, 6세 때였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 ‘이웃을 사랑하여 덕을 세우는 삶’ ‘범사에 감사하는 삶’ ‘오직 성령 충만하여 범사에 승리하는 삶’. 오 원로목사는 로마서 빌립보서 에베소서 베드로전서 구절을 참고해 가훈을 정했다. 윗옷 안주머니에 가훈 쪽지를 넣고 다녔던 오 목사는 자녀들이 결혼할 때도 가훈 쪽지를 선물로 줬다고 한다.

“얘들아, 가정예배 드릴 시간이다.” 오 원로목사는 저녁 식사 이후 자녀들과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내 진정 사모하는’(찬송가 88장)은 오 원로목사 가정의 ‘단골 찬양’이었다.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주말마다 반성문 숙제를 주기도 했다. “부친은 성경 읽기를 강조했다. 평일엔 3장 주일에는 5장을 읽었다.” “아버지는 가정예배를 매우 중시했다.” 오정호 목사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신앙훈련은 특별했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5일 예장합동총회 임원회 주관으로 드려진 유가족 위로예배에서 유족을 대표한 오정현 목사는 “아침에 입관예배를 드리며 아버지의 반지를 받았다. 아버님께서 남기신 유일한 유품”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장합동 부총회장인 오정호 목사는 “저희 4형제와 가족 모두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오 원로목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각계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이 조화를 보내고 조문했다. 김삼환(명성교회 원로)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김정석(광림교회) 김병삼(만나교회) 김하나(명성교회) 목사 등 주요 교계인사도 조문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