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밭에 자라는 쑥. 봉생마중(蓬生麻中)이란 말이 있습니다. 순자(荀子)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말로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나무를 닮아 곧게 그리고 크게 자란답니다. 이 땅의 교회들이 삼밭이 되면 비뚤어진 세상도 곧게, 바르게 세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문제는 많아지고 능력은 약해지는 위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분석하고 탄식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극한의 위기는 언제나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는 사인(sign)이요, 본질로 돌아가자는 하나님의 음성이기 때문입니다. 이때야말로 능력 받기 위해 생명을 걸고 예배의 본질과 감동을 회복해야 합니다. 교회는 그 공공성과 공적복음을 회복해 세상의 칭송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입니다. 지난 140년간 한국교회는 위기가 있을 때마다 위기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가 그 위기를 가슴에 부둥켜안고 위기를 기회로, 절망을 희망으로, 아픔을 치유의 기회로 만들어 냈습니다.
온 세상이 지금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바라봅니다. “교회여! 너희가 먼저 새로워지라. 와서 우리를 도우라. 제발 우리를 복되게 하라. 이롭게 하라”고 요구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살아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우리 함께 “주여! 한국교회로부터 촛대를 옮기지 마옵소서. 우리가 달라지겠습니다. 나무뿌리에 놓인 도끼를 거두고 제발 몇 년만 참아 주소서. 오직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해보겠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결단합시다.
경기도 곤지암의 소망교회 수양관에 올라가다 보면 언덕 밑에 공장이지 싶은 시멘트 벽돌 건물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벽엔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God is the Key!(하나님은 열쇠다!)’ 열쇠 공장이랍니다. “그래! 세상은 우리 앞을 잠그고 희망을 빼앗아 가지만 하나님은 열쇠가 된다. 예수는 열쇠다! 복음이 열쇠다!”
복음은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이뤄 놓으신 구원의 소식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소식입니다. 신학에서는 이를 복음의 알맹이, ‘케리그마’라 합니다. 바로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막 1:15)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 열쇠는 내가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곡간 열쇠가 아닙니다. 일시적이고 현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열쇠가 아닙니다. 가난했던 시절 산업화 물결과 함께 자리 잡은 성공신학, 번영신학의 틀을 깨고 공적교회, 공적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물론 복음은 모든 믿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원하는 능력입니다. 나아가 사회와 공동체를 구원하고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능력입니다. 복음의 공공성이 오롯이 회복될 때 교회를 향한 무너진 신뢰는 회복되고 교회를 떠난 발걸음이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삼밭입니다.
지금 세계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생산, 소비, 가치관, 시대정신 등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목회프로그램은 이제 먹히지 않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교회가 새로워지는 일은 한두 가지 프로그램, 한두 가지 사업을 펼쳐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교회의 껍데기부터 심장까지 달라지지 않고는 아무리 외쳐도 울리는 꽹과리입니다. 교회는 뿌리부터 새로워져야 합니다. 그럴 때 비난 대신 세상이 교회를 두려워하고 온 백성이 일어나 교회를 칭송하고 구원받는 사람이 날마다 더해지게 될 것입니다.
류영모 목사(경기 한소망교회)
◇한소망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교회입니다. 한소망교회는 ‘한국의 소망’ ‘주님의 심장 속에 있는 교회’ ‘꿈 대로 되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