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하락으로 이 지수를 편입한 일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이 현실화한 가운데 한 대형 시중은행이 판매한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타 시중은행보다 유독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타 은행과 달리 만기 시 원금 상환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녹인(knock-in)’ 상품을 판매한 탓이다. 이들 상품의 만기는 6개월가량 남은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녹인형’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했다. 은행은 ELS를 ELF나 ELT 형태로 판매한다. ELS는 만기일까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요건을 하회하지 않으면 원금과 약정이자를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원금손실구간을 의미하는 ‘녹인 구간(knock-in barrier)’은 대부분 기준가의 50% 수준에서 형성된다. 만기는 통상 2~3년 정도다. 크게 주가지수가 녹인구간 밑으로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녹인’ 상품과 만기 시점의 주가로만 평가하는 ‘노(No)녹인’ 상품으로 구분된다.
A은행만 판매한 녹인 상품은 주가지수가 녹인구간 밑으로 한 번이라도 내려갈 시 만기 시 충족시켜야 할 기준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 출시된 홍콩H지수 상품은 이미 녹인구간을 하회한 이력이 있는 상태다. 당시 홍콩H지수는 1만1000~1만2000선을 웃돌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국의 봉쇄 정책 영향으로 이 지수는 지난해 4919.03까지 떨어졌다. 약 60% 내린 수준이다. 이에 A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한 기준가격이 타 시중은행에 비해 5~10% 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즉, 만기까지 홍콩H지수가 반등하더라도 타 은행과 달리 A은행 상품 가입자만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은 ELS 손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F와 ELT는 내년 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일반적으로 펀드를 판매할 때 고객이 이익을 보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영업력이 위축될 수 있다. 혹시 모를 불완전판매 이슈도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불완전판매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100% 완전판매를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손실 현실화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