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에서 열리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폭염 탓에 서바이벌 체험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근 병원에는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순식간에 포화상태를 기록했다. 폭염이 예고됐음에도 적절한 온열질환 방지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3일 전북 부안 새만금 야영장은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돌면서 숨쉬기조차 어려운 가마솥더위를 내뿜었다. 아일랜드에서 온 데이비드 캐닐리씨는 1991년 강원 잼버리를 포함해 총 5차례 잼버리에 참여했다. 올해 국제운영요원(IST) 자격으로 온 그는 “160여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날씨가 정말 덥다”며 “음식은 괜찮았고 프로그램도 좋지만 날씨가 정말 더워 힘들다”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새만금을 찾은 미국 참가자 도미닉 디피체(15)군과 지오바나 디아피체(16)양도 불볕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디아피체양은 “텐트를 2명이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텐트에는 선풍기도 없다”며 “내 친구는 온열질환에 걸려서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디피체군 역시 “내 친구도 온열질환 때문에 병원을 갔다.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졌다”며 “행사는 재미있지만 빡빡한 일정도 힘들긴 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햇볕을 피할 그늘도 마땅치 않아 한여름 땡볕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한 119 구급대원은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 비상이 걸렸다”며 “환자가 너무 많아 타지역 구급대를 급하게 추가 배치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는 울면서 집에 전화를 걸었고, 외부 병원으로 이송된 스카우트 대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야영지 내에 마련된 잼버리 병원에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면서 야전 침상까지 동원됐다. 한 구급대원은 “이른 오전부터 온열질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신고가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의료진은 “여긴 병원이 아니라 의무대 수준이다. 검사, 처치, 처방 체계가 없어 주먹구구식”이라며 “대기 환자를 저렇게 좁고 더운 공간에 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멀리서 왔고 아직 적응이 안 돼 다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며 “개영식 K팝 행사에서 에너지를 분출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한 것도 한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에서 치르는 잼버리에서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긴급 현장 대책회의를 열고 폭염저감시설과 용품 지원을 주문했다. 또 경찰·소방인력 추가 배치, 냉방기 추가 설치, 구급차 증차, 이동병원 도입 등도 긴급 지시했다. 이 장관은 “잼버리 기간 내내 극심한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며 “소중한 청소년의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