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억원대 뇌물 혐의로 청구한 현직 경찰 간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능력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2021 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껏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 중 법원에서 발부된 사례는 ‘0건’이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알선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금품수수와 사건 알선 간 관련성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애초 김 경무관이 지난해 강원경찰청 근무 당시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해 지난 2월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김 경무관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이 혐의 부분은 제외되고, 별개 사안인 김 경무관이 다른 기업인 A씨로부터 수억원대의 뒷돈을 챙긴 혐의가 담겼다. 본류 수사가 정체된 상황에서 별건 수사로 신병 확보에 나선 셈인데, 이마저도 법원에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맞은 것이다. 공수처는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접수한 3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공수처는 그간 지적돼온 수사력 부족 문제를 또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앞서 공수처는 이른바 ‘고발사주’ 수사에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에도 ‘아마추어 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 사건에 검찰 출신인 김선규 수사2부장과 송창진 수사3부장을 투입해 반년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구속영장 청구 ‘3전 3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손 부장과 김 경무관은 모두 법원에 공수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는 준항고를 제기하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들이 문제삼을 만한 절차상 빌미를 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