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서 토익 답안 주고받아… 전직 영어 강사·취준생 검거

입력 2023-08-04 04:07
사진=이한형 기자

취업준비생 등에게 수백만원을 받고 영어시험 답안을 판 유명 어학원 강사 경력의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토익(TOEIC) 고사장 등에서 몰래 답안을 주고받은 혐의(업무방해)로 브로커 A씨(29)와 의뢰인 등 20명을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SNS 광고로 토익과 텝스(TEPS) 등 영어시험 고득점을 원하는 의뢰인을 모집했다. A씨는 시험 도중 듣기평가가 끝난 뒤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실 변기나 라디에이터 등에 각자 휴대전화를 미리 숨겨뒀다가 메시지로 답안을 수신하고 확인하는 수법을 주로 썼다.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칠 때는 화장실에 답안 쪽지를 숨겨두기도 했다. 대가로 건당 300만~5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국내 대형 어학원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도박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에 나섰다고 한다. 자신이 나오는 어학원 동영상과 강의자료 등으로 의뢰인을 유인했다.

의뢰인 대부분은 20대 취준생이나 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의뢰인들이 원하는 점수(800~900점대)에 맞춰 답안을 제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