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트렌드가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특수’ 이후에 TV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졌지만, 75형은 물론 85형의 초대형 TV 수요는 증가세를 보인다. 여기에 주목한 가전업계는 ‘초대형’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공략 중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에서 75형 이상 TV의 출하량은 약 298만3000대로 전년 동기(235만5200대) 대비 26.6% 늘었다. 1분기 전체 TV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5.2% 감소한 4625만대로 집계됐다. 전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초대형 TV만 거꾸로 가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초대형 TV 수요는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에서 판매한 삼성 네오(Neo) QLED·QLED TV 3대 중 1대는 85형이나 98형이었다고 밝혔다. TV 크기별 판매 비중은 85형이 30%로 지난해보다 1.8배 증가했다. 옴디아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80형 이상 세계 TV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43.9%, 75형의 경우 38.8%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대화면을 선호하는 ‘거거익선’의 트렌드가 빠르게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초대형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잡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최고 성능의 75형 TV’ 10종 중 LG 올레드 TV 3종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2종은 전체 TV 성능 평가에서도 초대형 제품 57종 가운데 최고 평가를 받았다. 색 정확도, 화질, HDR(High Dynamic Range) 성능, 시야각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HDR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밝기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달에 나란히 초대형 프리미엄 TV 신제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는 98형 네오 QLED 8K, LG전자는 97형 무선 OLED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M’을 시장에 내놓았다. 출고가는 각각 4990만원, 4390만원에 달한다.
초대형 TV 시장을 둘러싼 가전업계의 경쟁은 당분간 뜨거울 전망이다. 옴디아는 75형 TV의 세계 출하량이 지난해 1221만대에서 올해 1479만대로 늘어난다고 추산한다. 2027년까지 75형 이상 TV의 출하량은 연평균 15.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TV 시장은 1분기 역성장했지만, 2분기부터 소폭 성장세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올해와 내년에 TV 교체 사이클이 전개될 수 있고, 55형 이상 대화면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TV 교체 주기는 통상 6년이다. 2018~2019년에 TV용 디스플레이 출하가 정점을 찍은 것을 고려한 분석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