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이 만들었다… 4050여성 취향저격 패션 플랫폼

입력 2023-08-04 04:06
한 여성이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을 살펴보고 있다. 라포랩스 제공

라포랩스㈜의 ‘퀸잇’은 40·50대 중장년층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런데 이 플랫폼을 만든 이는 나이도 성별도 다른 30대 남성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최희민(34) 라포랩스㈜ 대표는 ‘퀸잇’의 뼈대를 만드는 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최 대표는 대학 시절 공동대표 홍주영(34)씨와 함께했던 첫 창업에서 많은 걸 배웠다. 당시 그는 ‘취준’을 위해 신문 스크랩을 매일 했다. 그러다 ‘취업 준비를 하던 이들에게 스크랩을 뉴스레터로 만들어서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 만든 게 뉴스레터 ‘비즈톡’이었다. 구독자를 2만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최 대표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아닌 데다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실패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수년이 지난 뒤 최 대표는 다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첫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기로 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 그중 ‘입을 것’에 주목했다.

라포랩스㈜ 공동대표 홍주영 대표와 최희민 대표(왼쪽부터).

추가로 연령대를 고민했다. 인구 분포가 가장 많은 중장년층. 젊은 여성을 타깃한 플랫폼은 많지만 중장년 여성을 위한 플랫폼은 거의 드물었다.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모두 300명을 심층 인터뷰 한 결과를 기반으로 검증가능한 시제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7일에 불과했다. 이후 퀸잇은 중장년층을 위한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오프라인 매장 밖에 없던 중장년층 브랜드를 공략했다. 또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사용경험(UX)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중장년층 여성은 개인별 취향이 까다롭고 남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개인 취향을 분석하고 유사 제품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거래액을 30% 이상 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퀸잇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2년 10개월이 지난 지금 누적 다운로드 수가 540만을 넘어섰다. 또 최근 알토스벤처스가 주도해 34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현재까지 누적투자 금액은 약 750억원에 달한다.

최 대표는 “가장 보편적이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고 싶었다”며 “중년 여성들 중에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아 아직까지 홈쇼핑으로 옷을 구매하는 이들을 퀸잇으로 끌어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