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랩스㈜의 ‘퀸잇’은 40·50대 중장년층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런데 이 플랫폼을 만든 이는 나이도 성별도 다른 30대 남성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최희민(34) 라포랩스㈜ 대표는 ‘퀸잇’의 뼈대를 만드는 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최 대표는 대학 시절 공동대표 홍주영(34)씨와 함께했던 첫 창업에서 많은 걸 배웠다. 당시 그는 ‘취준’을 위해 신문 스크랩을 매일 했다. 그러다 ‘취업 준비를 하던 이들에게 스크랩을 뉴스레터로 만들어서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 만든 게 뉴스레터 ‘비즈톡’이었다. 구독자를 2만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최 대표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아닌 데다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실패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수년이 지난 뒤 최 대표는 다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첫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기로 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 그중 ‘입을 것’에 주목했다.
추가로 연령대를 고민했다. 인구 분포가 가장 많은 중장년층. 젊은 여성을 타깃한 플랫폼은 많지만 중장년 여성을 위한 플랫폼은 거의 드물었다.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모두 300명을 심층 인터뷰 한 결과를 기반으로 검증가능한 시제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7일에 불과했다. 이후 퀸잇은 중장년층을 위한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오프라인 매장 밖에 없던 중장년층 브랜드를 공략했다. 또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사용경험(UX)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중장년층 여성은 개인별 취향이 까다롭고 남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개인 취향을 분석하고 유사 제품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거래액을 30% 이상 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퀸잇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2년 10개월이 지난 지금 누적 다운로드 수가 540만을 넘어섰다. 또 최근 알토스벤처스가 주도해 34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현재까지 누적투자 금액은 약 750억원에 달한다.
최 대표는 “가장 보편적이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고 싶었다”며 “중년 여성들 중에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아 아직까지 홈쇼핑으로 옷을 구매하는 이들을 퀸잇으로 끌어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