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이미 최소 23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현재 북상하고 있는 제6호 태풍 ‘카눈’이 한증막 무더위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23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사망자 7명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10명, 경남 4명, 충북 4명, 충남 2명, 전북 2명, 울산 1명 등이다.
이날 광주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60대 여성이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급성 질환으로 숨졌다. 사망 당시 체온은 41.5도로 측정됐다. 전날에도 경북 영천시 화산면에서 밭일을 하던 70대 여성이 사망했고, 전북 정읍시 이평면 논에서 80대 노인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올해 전체 온열질환자는 1284명에 달한다.
전국이 펄펄 끓으면서 축산농가에서는 가축 폐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기준 충남에선 돼지와 닭 2만여 마리가 더위에 폐사했고, 제주에선 3080마리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경남은 14개 농장에서 닭 444마리와 돼지 431마리가 죽었다. 수도권에 식수를 공급하는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는 1973년 소양강댐이 지어진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전 세계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도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날 오후 6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한 상태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됐다. 이날 전국 180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중 제주산지 한 곳을 제외한 179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은 38.8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이번 폭염의 강도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태풍 카눈이 3일 밤 일본 남쪽으로 향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위아래로 온도와 습도를 모두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카눈의 영향까지 가세할 경우 한반도로 뜨겁고 습한 공기가 더욱 많이 유입될 수 있다.
3일과 4일 낮 최고기온은 각각 38도와 36도까지 오르겠으며,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30㎜의 강한 비가 쏟아지겠다.
김재환 기자, 홍성=전희진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