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특정세대 상처주는 언행 안돼”… ‘노인폄하’ 불끄기

입력 2023-08-03 04:08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실언 파장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노인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면서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말씀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대할 것”이라며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맞는 얘기”라며 동조해 논란을 더 키웠던 양이원영 의원도 사과했다. 양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잘못 표현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실언의 여진은 이날도 계속됐다.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과 양이 의원, 민주당 대표가 대한노인회를 찾아와 발언의 진위를 해명하고 진심 어린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과 이해식 조직사무부총장, 양이 의원이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사과했다. 박 원내대표는 3일 사과 방문을 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노인에 대한 인격권, 선거권 침해 및 차별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강원도민 간담회 일정을 이유로 대한노인회 사과 방문에 불참한 김 위원장은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저도 곧 육십이다. 곧 노인의 반열에 드는데 교수라서 조금 철없이 지내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정치적인 맥락에 무슨 뜻인지도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전날 인천시민 간담회에서 “윤석열 밑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주권 행사로 선출된 대통령께, 그리고 국민들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김 위원장이 맡았던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자리는 연봉 3억원으로 손꼽히는 ‘꿀직장’”이라며 “국민 눈에는 좋은 자리 내려놓기 아쉬워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임기 다 채웠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설화가 내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빨리 수습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넘어가면 총선뿐이겠냐”면서 “계속 당에 큰 짐이 될 것이다. 혁신위부터 해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장군 신용일 박성영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