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삼성그룹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장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한 후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계 최대 뉴스가 됐다. 국민일보 문화전문기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손영옥은 그해 5월부터 1년간 ‘명작 in 이건희 컬렉션’을 연재했다.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는 시리즈였는데, 작품 설명과 함께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생애와 예술 세계, 그리고 컬렉션에 얽힌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담아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은 이 연재물을 토대로 쓴 책이다.
“한반도의 넓고 깊은 미술사가 한 컬렉션에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건희 컬렉션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한다. 다만 책은 근현대 회화 수집품을 위주로 소개한다.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이대원, 박대성 등 국내 화가 30여명과 피카소, 모네, 르누아르 등 서양 화가 8명을 망라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소개하는 책들이 여럿 나와 있지만 손영옥의 책은 삼성가의 수집 이야기를 깊게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저자는 이건희, 홍라희, 이병철을 탁월한 수집가로 조명하면서 그들의 취향과 안목, 예술관 등을 들여다 본다. 이건희의 경우, 기업 활동을 하면서도 엄청난 시간을 미술품 공부와 수집에 바쳤다. 저자는 “생각보다 멀리, 깊이 미술 수집가의 길을 간 이건희”라고 묘사하면서 “그의 미술에 대한 사랑의 원천은 무엇일까” 탐구한다. 삼성가의 미술품 수집을 조력한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과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의 증언도 들려준다.
책 제목에 ‘홍라희’를 넣은 것은 삼성가 컬렉션에서 홍라희의 역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홍라희의 미술에 관한 전문성은 고미술 위주의 삼성가 컬렉션을 현대미술로 다양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은 물론이고 앞으로 생길 ‘이건희 미술관’에서도 홍라희의 이름이 빠진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