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전격 강등… 겁에 질린 아시아 증시

입력 2023-08-03 04:09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2일 한 직원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 발표 이후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수개월간 협상 끝에 부채한도 인상에 최종 합의하며 국가 부도 위기가 해결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피치는 “지난 20년간 거버넌스 기준이 꾸준히 악화했다”며 “2025년 1월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초당적 합의에도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 분석에 따르면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등의 여파로 미국의 정부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올해 6.3%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엔 6.6%, 2025년엔 6.9%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 정부는 반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세계 주요 경제에서 미국이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이 시점에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웬디 에델버그 선임연구원은 “피치가 부채한도 위기가 해결되기 전보다 지금 더 나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비웃음을 사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여파로 아시아 증시는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일 전날 종가보다 1.9% 하락한 2616.47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30% 떨어져 지난해 9월 14일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2% 넘게 떨어졌고, 상하이종합지수는 0.89% 하락 마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