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문이 공개되면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주가 급등세로 일부 종목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제 2의 2차전지주 열풍’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전도체 기술이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초전도 선재 개발전문업체 서남은 이날 전장보다 30% 오른 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상장사 서남은 최근 5일간 169.97%의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남의 순매수 거래 대금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많아야 1억4500만원대였는데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100억5049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되는 덕성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9.97% 오른 74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성델타테크 파워로직스 고려제강도 가격제한 폭까지 오르며 주가가 크게 뛰었다. 신성델타테크는 지난달 31일부터 3거래일간 개인이 약 2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수급 쏠림 현상이 이차전지에서 초전도체 종목으로 바뀌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차전치 투자 열풍을 타고 급등했던 에코프로비엠, 금양의 주가는 전날 기업의 주요 임원이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각각 6.9%, 9.1% 급락했다. 에코프로(-7.45%), 포스코DX(-5.44%)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초전도체주는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소식에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초전도 현상은 고압의 극단적으로 낮은 영하기온 등 특정 조건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내 민간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일반적인 생활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문제는 과학계에서 이 논문이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논문에 제시된 데이터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형순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상온 초전도체 기술개발 논란은 있었지만 나중에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이날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초전도저온학회장인 최경달 한국공학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학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논문이) 공개돼 경제, 사회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에 편승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날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서남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인 점 등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테마주는 실적 개선에 대한 합리적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