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입주자에 손배… 예정자엔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

입력 2023-08-03 04:07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린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악수를 청하는 가운데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김 실장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이 사장, 원 장관, 김은혜 홍보수석, 김 실장.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입주예정자에게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입주한 주민에게는 손해를 배상할 계획이다. 또 LH 발주 아파트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9월 말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부실시공 사태에 관한 긴급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당정 간 긴급회의를 통해서라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최근 무량판 부실시공으로 인한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관련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잘못된 관행과 위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강 공사, 책임자 처벌은 물론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하겠다”며 “입주예정자에게는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 부여 등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한준(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전국 지역본부장 등과 함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건설 카르텔 척결을 위한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 설치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하자가 확인된 15개 단지는 보강 공사를 완료하고, 이번 주 중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세부 추진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계·감리 담합, 부당한 하도급 거래 등을 직권조사한다. 국민의힘은 건설산업기본법, 사법경찰직무법, 노동조합법, 건설기계관리법, 채용절차법 등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의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21대 국회에서 부실시공 재발방지와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실공사 방지법이 15건 발의됐지만 대부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여야가 잇달아 관련 법안을 내놨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김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아직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건설사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후 5년 내 다시 법령을 위반할 경우 3년간 시공사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건설사의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를 등록 말소 사유로 규정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발이 묶여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김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이르면 4일부터 가동된다. 김 의원은 “정부의 전수조사 후 TF를 통해 필요시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조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TF를 통해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할 방법을 빨리 찾겠다”고 말했다. TF를 통한 진상규명이 더 실익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민지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