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3%까지 내려가면서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유달리 하락한 석유류 가격과 물가 상승세가 절정이던 지난해 이맘때의 기저효과가 낳은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부터 물가는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전망이 우세하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11.2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2.6%)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2%대를 지켰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빼고 집계한 근원물가도 1년 전보다 3.9% 오르는 데 그쳐 지난해 4월 이후 처음 4%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 둔화를 견인한 품목은 이번에도 석유류였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9%나 하락해 6월(-25.4%) 이후 다시 한번 최대 하락률을 경신했다. 석유로 인해 낮아진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49% 포인트에 달한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 들어가는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6.3%)의 기저효과도 이 같은 착시를 부추겼다. 지난달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채소류 물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7월 채소류 가격은 전월 대비 7.1%나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오히려 5.3%가 내렸다. 지난해 7월에도 폭염과 잦은 비의 여파로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9%나 올랐던 탓이다.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부터는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이미 꿈틀대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85.64달러로 3개월 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줄이 하반기에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점도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은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