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17년 이후 6년 만에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경력직 채용 빗장을 열었지만, 생각보다 지원자 반응은 뜨겁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까지 경력 직원(외부전문인력) 채용 원서 접수를 진행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금감원은 감사에서 잇달아 경력 채용 비리가 적발되며 2017년 이후 사실상 경력 채용을 중단했었는데, 올해 이를 부활시켰다. 변호사·회계사와 IT 전문가 등 전문직 채용으로 조사권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6년 새 이들 입장에서 직장으로서 금감원의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때 금감원에는 회계사가 워낙 많아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에 이은 ‘빅5 회계법인’으로 불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급여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부각되는 실정이다. ‘MZ세대’ 입장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는 금감원보다는 민간 회계 법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18년 11월 ‘신외부감사법’ 시행으로 회계사 몸값이 크게 치솟았고, 52시간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근무 시간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는 5년 차에 억대 연봉이 가능하지만, 금감원에서는 택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금감원 신입 공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5년 전만 해도 한 해에 회계사가 20~30명이 입사했지만, 지난해에는 7명이 전부였다. 2017년(33명)의 4분의 1이 채 안 되는 숫자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수요는 커지는데, 직장으로서 이들을 붙잡아 둘 ‘당근’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전문직들의 금감원 기피가 더 심해지면 회계감독·역량 약화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