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전 패배로 사실상 16강행은 좌절됐지만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일전 5골 차 승리’라는 막막한 과제를 떠안은 가운데 우선은 ‘무득점’ 꼬리표를 떼는 게 시급하다. 한국은 분수령으로 꼽혔던 콜롬비아전에서 0대 2로 패한 데 이어 최약체 모로코에도 0대 1로 졌다. 실점 3개를 쌓는 동안 득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콜린 벨 감독(사진)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3일 오후 7시(한국시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과 맞붙는다.
이미 16강행 목표는 한풀 꺾인 상태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독일전에서 5골 차 승리를 거두면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을 수 있다.
벨 감독은 모로코전 패배 후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고 싶다”며 기술 및 전술에 대한 문제보다는 한국 여자축구 생태계 전반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러나 지난 경기에서 발견한 문제들을 돌아보고 바로 잡아야 독일전에서 조금의 아쉬움이라도 덜 수 있다.
모로코와의 2차전에선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볼점유율 63%-37%, 슈팅 수 13-8로 모로코에 큰 차이로 앞섰음에도 유효슈팅은 3개에 그쳐 실점을 만회하지 못했다. 대표팀 골잡이 박은선과 이금민이 골문 압박을 시도했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코너킥과 프리킥 찬스도 각각 6-3, 14-11으로 적지 않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떨어지는 골 결정력은 1차전에서도 보였던 문제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국은 볼점유율 42%-58%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슈팅은 3개에 그쳤다. 여러 차례 나온 패스 미스에 흐름이 끊긴 데다 1대 1 상황에 약해 골문 앞까지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대표팀은 직전 열린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전패 수모 후 4년간 칼을 갈고 훈련에 임해왔다. 그간의 ‘고강도’ 훈련이 빛바래지 않으려면 마지막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6강 진출 가능성은 적지만 독일전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골을 많이 터뜨려야 한다”며 “공격력이 떨어지는 건 후방 라인과 전방 라인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빌드업이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다. 뒷공간이 뚫리더라도 전후방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면서 라인을 끌어올리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