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판결 게시글 지워달라” 1심선 前유도스타 손 들어줬다

입력 2023-08-03 04:03
연합뉴스TV 제공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전 유도 국가대표 A씨가 법원에 자신의 형사사건 판결 내용을 소개하는 포털사이트 블로그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고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는 A씨가 블로그 운영자인 B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게시물을 삭제하고,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SNS에 게시해선 안 된다”며 최근 인용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판례 등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B변호사는 지난 2월 A씨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소개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A씨 실명 및 사진과 함께 판결문 내용도 상세하게 담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과 검찰이 한 주장은 물론 피해자의 법정 증언도 포함됐다.

A씨 측은 “(해당 게시글이) 실명을 여러 차례 적시했고 성범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게재해 인격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B변호사 측은 “유도 국가대표까지 지낸 스포츠계 유명 인사로 공적 인물이므로 A씨 사건은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사항”이라고 맞섰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게시물은 A씨가 유도 국가대표를 은퇴한 후 개인적으로 체육관을 운영하던 시점에 발생한 성범죄를 다루는 것으로 범행 당시 A씨가 공인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미성년 관원을 성폭행한 사실이 공인의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단순히 과거에 유명한 유도 선수였다는 사실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게시물은 법원이 명령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정보) 공개 명령의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내용을 대중에게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며 “엄격한 절차를 거쳐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공개를 명할 수 있도록 한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