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떠오르는 ‘핫플’ 신당동에서 교회가 배울 점

입력 2023-08-05 03:09
신당동 편집샵 ‘핍스마트’와 상점 ‘짐빠신당’에서는 각각 주변 상권을 소개하는 상점 지도를 만들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핍스마트, 짐빠식당 SNS캡처

코로나19 기간에도 팝업스토어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알리고, 소비자가 직접 다양한 체험에 참여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팝업스토어가 성공하려면 목이 좋아야 하는데, 여기에 최적화된 동네가 바로 성수동이다. 과거 공장지대로 형성돼 주변 한남동이나 압구정에 비해 비교적 낙후된 동네였던 성수동은 2010년 이후 청년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공간이나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 등이 만들어지면서 점차 MZ세대가 모이는 ‘핫플레이스’(핫플)로 바뀌었다. 하지만 단지 핫플이라는 환상만 가지고 성수동에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기존에 ‘번화가’라 불리던 명동이나 강남과 같은 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건물들이 ‘최신식’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고, 기존 동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레트로(retro)한 느낌이 더 많은 편이다. 또한 상점들은 정해진 한 거리에 밀집돼 있기보다 서울숲에서부터 뚝섬까지 곳곳에 분포돼 있기에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동네다.

2000년대 이후 1세대 핫플이 주로 강남이나 명동 등 백화점 주변에 즐비해 있는 쇼핑거리였다면 2세대 핫플은 일명 ‘힙지로’ ‘연트럴파크’ ‘송리단길’처럼 감각적인 커피숍들이 즐비해 있는 카페거리였다. 그리고 3세대 핫플은 오늘날 ‘성수동’이나 ‘문래동’처럼 지역적으로 넓게 포진돼 있으며, 대부분의 상점이 기존 동네 분위기에 스며들 듯이 자리를 잡고 문화복합공간이나 체험 공간 등 놀거리가 준비돼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4세대 핫플이라고 불릴 만한, 새롭게 떠오르는 동네가 등장했다. 바로 ‘신당동’이다. 기존 전통시장을 주변으로 즐비해 있던 낙후된 건물들을 개조해 ‘잘 되는’ 상점으로 탈바꿈시켰고,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청년 창업 가게들 덕분에 최근 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덩달아 ‘서울중앙시장’을 찾는 청년 소비자들이 늘어 전통시장의 매출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에서 핫플레이스가 계속 옮겨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비싼 임대료 탓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 시대 문화를 이끄는 청년들이 가진 특성이나 열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와 같이 그저 ‘잘 팔리고’ ‘유명한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는 거리라고 무조건 핫플이 되는 게 아니다. 밥과 커피 사이를 채워줄 ‘놀거리 공간’과 기존 동네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레트로한 감성’이 함께 갖춰진 동네가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동네에 터를 잡은 청년 창업가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상점만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동네의 고유한 매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청년들이 찾는 힙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려 애쓴다. 또한 주변 상권들과 함께 소통하며 동네를 살리려는 기획을 이끌거나 참여하기도 한다. 자영업의 제1 목적인 ‘먹고살기’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공생하기’를 먼저 생각하려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모인 청년들의 손에 의해 신당동이 ‘힙당동’으로 거듭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돈이 우선되지 않을 수 있냐마는, 돈 냄새가 덜 나는 동네, 주변과 함께 유기적으로 공생하는 동네가 대중의 선택을 받고있는 현상에 대해 교회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바깥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결국 교회라는 곳도 ‘동네’에 자리 잡은 ‘건물’의 개념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교회 안으로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와 함께 소통하며 건강하고 매력적인 동네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재미있고 따뜻한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재미있고 따뜻한 교회가 되어가기를 바란다.

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