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을 일부 손보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주변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참여하는 민간환경감시기구 등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고준위 방폐장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임시저장시설 확충에 따른 지역주민 수용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경주시장과 기장군수, 영광군수, 울주군수, 울진군수 등 원전이 있는 지자체의 장에게 장관 명의 공문을 보내고 특별법 수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원전 관리 과정에서 지역 주민 참여를 늘리는 게 수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우선 방사능 모니터링과 원전 안전 감시를 위해 원전 소재 지자체별로 민간환경감시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기구는 지역 주민을 포함해 최대 30명 내외로 구성된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사는 기구의 활동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저장시설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도 구체화된다. 특별법 통과 이후 구성되는 고준위위원회가 지원 금액과 배분 비율을 지자체, 발전사와 협의 후 결정하게 된다. 이때 지원금 총액은 저장시설 규모 및 시설 운영 기간을 고려해 정해진다. 정부는 지원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지자체장이 주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는 ‘직접지원’의 경우 총 지원금의 50% 범위에서 집행한다는 방침도 수정안에 담겼다.
최근 한수원 이사회는 고리와 한빛, 한울 원전에 각각 5776억원, 5995억원, 5599억원을 투입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짓기로 의결했다. 여야 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늦어지자 임시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특별법을 고치는 것도 저장시설 증축에 따른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2030년부터 핵연료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에 이른다”며 “임시저장시설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이어서 하루빨리 방폐장 건립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