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짐싸는 20대 간사… “선교단체 벽 허물고 교단과 동행을”

입력 2023-08-02 03:00 수정 2023-08-02 14:28
2023 성서한국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27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에서 ‘지속가능한 기독청년학생운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교단체의 미래를 책임질 20대 청년 간사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선교단체 사이 보이지 않는 벽을 낮춰 활동 기반을 확대하고 교단이 선교단체와 동행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대 초반 박철수(가명)씨는 2020년 몸담았던 선교단체를 떠났다. 단체를 떠날 무렵 그가 받은 후원금은 월 100만원 남짓. 그 안에서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고 사역 경비까지 해결했다. 업무 강도도 높았다. 매일 이어지는 아침 QT, 학생 상담 및 심방, 저녁 집회를 비롯해 방학이면 청년·청소년 수련회와 해외 선교 간사수련회까지 숨돌릴 틈 없는 일정이었다. 박씨는 “체력적으로 방전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정서적으로 피폐해지는 일상의 반복 속에 우울증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16개 도시의 대학을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하는 예수제자운동(JDM·한국대표 엄상섭 목사)은 올해 간사 지원자가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교단체와 마찬가지로 JDM 간사들도 자비량으로 활동한다. 간사들 대부분이 주일에는 지역교회 파트타임 사역자로 활동한다.

안지호 JDM 전주지부 대표간사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간사 지원자 감소가 단순히 처우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 간사는 “코로나 기간 제대로 된 훈련과 활동이 이뤄지지 못한 여파가 크다”고 말했다. IVF(한국기독학생회)의 국제단체 격인 IFES 김종호 동아시아 지역 부총무도 “세계적으로 코로나 기간 학생 선교단체의 참여자가 줄었다”며 “당장 간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많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도 원인이다. 김 부총무는 “한국의 경우 20대 인구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기독교인 비율은 더 급격하게 줄었다”며 “마찬가지로 선교단체 간사도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최근 펴낸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서도 20대 개신교 인구가 5년 새 다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0대 다섯명 중 1명(21%)이 스스로 개신교인이라고 응답했지만 2022년에는 그 절반인 열명 중 1명(11%) 꼴이었다. 20%에서 15%로 감소한 전체 개신교인 변화보다 가파른 감소세였다.

김 부총무는 간사들의 처우 문제와 관련해 “나라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간사 급여는 해당 국가의 교직원 수준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사들 가운데 경제적 보상을 바라보고 사역에 뛰어든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사 배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근성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는 “꼭 20대를 배출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소속 단체 출신 간사만 세운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며 “영국의 경우 단체 간 벽을 낮춰 신대원 졸업생들이 각 단체에 간사로 지원을 한다. 우리도 단체의 벽을 허물고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 상임대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총회와 함께 하는 학생신앙운동(SFC·대표간사 허태영 목사)을 지속적인 간사 수급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SFC는 교단 신대원 졸업생들이 전체 간사의 60%를 차지한다. SFC 활동 후에 간사들은 지역 교회 목회자로 자연스럽게 사역을 이어간다. 재정 측면에서도 교단이 일정 비율을 보장하고 있어서 간사 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적다. 장 상임대표는 “애초에 교단들이 캠퍼스 선교와 청년 사역의 가치를 알고 그들마다 선교단체를 만들어서 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교단들이 선교단체와 MOU를 맺고 해외 선교사 파송하듯이 지원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