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굴뚝산업’이라고 불리는 중후장대(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제품을 다룬다는 말로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등의 제조업 지칭) 대기업에서 일하던 20대 A씨는 얼마 전에 퇴사를 했다. 그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회사가 있다 보니 기반시설이 부족해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한 조직에 머물러 있기보다 창업, 진학 등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그만뒀다”고 1일 털어놨다. 또 다른 대기업 퇴사자인 20대 B씨는 “조건을 좇아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사직서를 냈다”고 전했다.
중후장대 업종의 전통 제조기업이 늙어가고 있다. 경직된 조직문화, 지방 근무 등에 지쳐 20대 직원들은 잇따라 떠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후장대 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젊은 직원 이탈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 새 대부분의 중후장대 기업에서 20대 임직원 수가 줄었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50대 이상 임직원 수는 대다수 기업에서 늘어났다.
경남 거제시에 본사를 둔 삼성중공업의 50대 이상 임직원 비율은 2020년 17.25%에서 지난해 29.47%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임직원이 9886명에서 8775명으로 1111명 감소했지만 50대 이상 임직원은 되레 880명 늘었다. 20~40대 직원 수가 줄어든 것과 딴판이다. 특히 20대 직원 수는 2020년 478명, 2021년 329명, 지난해 279명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다른 조선업체도 비슷하다. HD한국조선해양과 이 회사 산하 3개 조선사(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서 근무하는 50대 이상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5898명이다. 전체(2만536명)의 28.72%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20대 직원(1562명) 비율은 7.6%에 그쳤다.
철강 업종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50대 이상 직원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 2020년 43.98%, 2021년 43.19%, 2022년 42.3%로 조금씩 낮아졌지만 직원 2명 중 1명가량이 50대 이상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대 이상 임직원 비율이 21.6%에 이르렀다. 20대 직원 비율은 13.07%였다.
이런 흐름은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와 대조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20대 직원 비율(지난해 말 기준)은 각각 25.38%, 29.24%였다. 두 회사의 50대 이상 임직원 비율은 각각 2.03%, 1.3%에 불과하다.
젊은 세대의 이직이 결정타다. 화학 전문업체인 OCI는 지난 3년간 20대 직원 219명을 뽑았지만 이 가운데 88명이 회사를 떠났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20대의 자발적 이직률이 9.76%에 이른다. 30대(4.42%)나 40대(3.16%), 50대(0.98%)를 웃돌았다. 이에 기업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매년 수백명씩 20대 신입 직원을 뽑고 있다. 지난해 1100여명의 신규 채용자 중 633명이 20대였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