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라는 소식을 들으니 아파트가 무너질 것 같아 정말 겁이 나네요. 이사를 가야할지 걱정입니다.”
지난달 충북 음성군 금왕읍 금석LH2단지에 입주했다는 이모(30)씨는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입주한 금석LH2단지의 무량판 기둥 123개 가운데 82%에 달하는 101개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됐다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LH는 다음달 말까지 보수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씨는 불안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입주를 마친 경기 파주시 운정 A34블록 주민들은 불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곳은 무량판 기둥 331개 중 12개에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일부 기둥은 약 3주 전부터 천막에 싸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 앞에는 ‘페인트 도색 보수 작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지만 안에서는 철근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LH는 국토부의 철근 누락 관련 사과가 있던 31일에서야 ‘지하주차장 관련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철근 누락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 A씨는 “보강 공사를 하면서도 도색 보수 작업이라고 주민들을 속였다”며 “주민들이 모여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지난해 4월 입주가 시작된 남양주시 별내 A25블록은 기둥 302개 중 126개에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 주차장 곳곳에는 ‘잭서포트’(하중을 많이 받는 기둥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가설 부재)가 설치돼 있었다. 보강 공사에 앞서 가설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입주민 B씨는 “전매제한이 이제야 풀렸는데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면서 “몇 년 뒤 이사 계획을 세웠지만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일부 단지 주민은 대응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충남 아산시 탕정2-A14단지 주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1139가구인 이 아파트는 명단에 포함된 충남지역 아파트 단지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전날 오후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철근누락 관련 긴급 주민설명회를 진행했지만 갑작스레 열린 탓에 많은 주민이 참석하지 못했다. 현재 무량판 기둥 362개 가운데 정확하게 몇 곳에서 철근이 누락됐는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보강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음성 금석LH2단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해 500가구 중 347가구가 입주했지만, 국민임대아파트이고 입주민이 절반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주자 대표회 등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이 보강 공사가 끝난 후에 이사를 오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산·파주·음성=전희진 박재구 홍성헌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