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유치할 땐 한마음, 유치하자 두 마음… 충청권 하계U대회 경기장 재배치 갈등 증폭

입력 2023-08-02 18:06
충청권 4개 시·도 관계자들이 지난 6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창립총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두 차례나 설립기한을 넘기면서 파행을 겪던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회 유치 확정 직후부터 불거진 경기장 재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세계대학경기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대학생 스포츠 최대 축제로 올림픽과 더불어 양대 국제 스포츠 종합 경기대회로 꼽힌다.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는 2027년 8월 대전 4곳, 충남 12곳, 충북 11곳, 세종 3곳 등 30곳의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된다.

충청권은 4개 시·도가 공동 개최하면서 비용을 분담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고루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총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상한다.

이 때문에 경기장 배치를 둘러싼 지자체간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체조경기가 충북 청주에 배정된 것을 두고 제천지역의 비난이 거세다. 제천은 시청 체조선수단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여서정·신재환 등 국내 체조 간판선수가 소속돼 있고, 2024기계체조아시아선수권대회 유치에 도전하는 등 체조에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

제천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허탈감에 당장이라도 실력행사에 나설 분위기다. 지난 4월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제천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 배정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약속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청주에선 “경기장 변경을 재검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충청권이 유치 과정에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제시한 약속을 깨게 되고, 체조경기장으로 쓰일 실내체육관 건립에 대한 기본 구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관중석 8000석 이상의 체육관은 내년 8월 착공해 2027년 3월 준공될 계획이다. 충북 도내에서 최대 규모로 지어진다.

경기장 재배치 논란은 당장 내년 총선과 2026년 지방선거에서 쟁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도 경기장 재배치 문제를 둘러싼 진통으로 홍역을 치렀다. 강원 원주지역 주민들은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후 이듬해부터 아이스하키경기장 원주유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경기장 재배치를 촉구했다. 경기장 배치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고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조직위 등의 중재로 2015년에야 일단락됐다. 소모적인 논쟁 끝에 재배치 검토는 결국 없던 일이 됐고 이 문제로 지역갈등만 더욱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다.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는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으로 개최하다보니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도 예고된다. 개회식은 대전, 폐회식은 세종에서 열린다. 선수촌은 세종에 들어선다. 충북에는 실내경기장 신축이 전부다.

조직위도 세종에 둥지를 틀었다. 조직위는 향후 세계대학경기대회의 조직 운영과 재원조달. 경기시설 설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사실상 세계대학경기대회가 개막하는 2027년 8월까지 모든 업무를 주도한다고 보면 된다.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2일 “충청권 시·도간의 힘겨루기는 대회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전시장 측근이 조직위 부위원장에 위촉되는 등 대전이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도는 개·폐회식, 선수촌 등을 다른 시·도에 양보하고 경기장 신설 등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경기장 재배치 논란은 이제 시작일 뿐 평창올림픽과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 인터뷰
경기장 재배치 집행위 승인 필요
“대회 성공 개최 4개 시·도 소통 협력이 가장 중요”

“무엇보다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창섭(사진)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충청권 4개 시·도가 하나가 된 모습으로 대회 준비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충청권 4개 시·도에 분산된 경기장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평가단의 현장 방문과 확인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 사안”이라며 “경기장 재배치는 FISU 집행위원회 승인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장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우선 반영할 것”이라며 “경기장 완공과 보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4년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회는 충청권이 함께 나눠온 유구한 역사·문화 자원과 미래 성장 동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이 충청메가시티로 거듭나고 국가 중심축의 충청권 이동이 가속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회 개최로 신설되거나 보수되는 경기장은 향후 시민들의 생활체육 및 오락, 스포츠 이벤트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지역주민들과 체육인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기존의 체육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 저비용 고효율의 모범적인 지구촌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