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44·명성교회) 집사의 첫 딸 은율이는 2011년 2월 30주 만에 1.57kg으로 태어났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칸디다 곰팡이균에 감염됐고, 균이 혈관을 타고 뇌까지 온몸에 퍼졌다. 그 후유증으로 은율이는 백질연화증 뇌염 뇌수막염을 앓았고, 생후 50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은율이의 재활치료가 시작됐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며 임원을 도맡아 한 김 집사였지만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 ‘하나님, 저에게 감당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셔서 은율이를 저에게 맡기신 거라면 저는 처음부터 교회에 다니지 말걸 그랬어요. 이제 저는 어쩌면 좋나요….’
은율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몇 배로 오래 걸렸지만, 어느 순간 두 발로 서고 또 걷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감사 기도가 절로 나왔다. ‘은율아 잘 견뎌주고 자라줘서 고마워. 더디지만 하루하루 커가는 너의 삶에 하나님께 감사할거야.’(당시 김 집사의 일기장 내용 중)
어느 순간 김 집사는 감사가 마음에 가득 찬 원망을 밀어내고 감동과 기쁨을 끌고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은율이가 6살 되던 해 김 집사는 “이제 기독교인 김지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교회 여전도회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은율이는 서울 강동구 ‘주몽학교’(지체장애 및 지적장애를 위한 특수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좀처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은율이의 모습을 보며 좌절했지만, 그때마다 담당 교사의 전문적인 교육과 사랑의 언어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또 당시 교회학교 초등부 예배를 위해 담당 교육목사를 찾아가 “은율이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김 집사는 그때 들은 대답을 잊을 수 없다.
“집사님, 그것은 집사님이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은율이를 예배의 자리에 보내주시면 부서에서 은율이를 위해 함께 고민할 것입니다.”
올해 은율이는 6학년이 됐다. 지난 5월 은율이는 강동구청이 수여하는 관내 모범어린이에 선정됐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을 잘 도와줘서 학생 대표로 학교의 추천을 받았다.
김 집사는 “은율이를 키우며 걱정이 많았는데 돌아보니 은율이 한 명을 위해 주변에 많은 좋은 사람들을 예비해주셨다”고 고백한다. 김 집사는 올해 또래 여전도회 총무직을 맡았다.
김 집사는 은율이와 동생 은호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엄마들에게 “아이 키우는데 너무 마음 졸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준다.
◇‘그·하루-그리스도인의 하루’는 신앙생활에 힘쓰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 바랍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