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근로자 100명 온다… “우리 아이 믿고 맡겨도 될까”

입력 2023-08-01 04:08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주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한 패널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 연말부터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여명을 서울에 시범도입하기로 했다.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정부인증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고 가정으로 출퇴근하는 근무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이용자의 수요를 뒷받침할 ‘비용’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등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부 계획안을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하반기 중 E-9(고용허가제) 비자로 입국해 6개월 이상 서울시 전체 자치구에서 시범근무할 예정이다. 가사근로자법상 정부인증을 받은 서비스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입주형이 아닌 통근형으로 일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내국인과 같이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만 연차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적용이 제외된다.

가사 인력의 숙소는 기관에서 마련한다. 비용은 근로자 부담이다. 서울시는 1억5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숙소비, 교통비, 통역비 등 초기 정착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송출국가는 16개국이지만 자국의 직업훈련원 수료증을 받아야 가사근로자로 일할 수 있는 필리핀 출신 인력이 다수 도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국인 가사·돌봄 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돼 저출산 대응을 위한 외국 인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청회에서는 잠재적 수요자인 워킹맘·워킹대디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가’가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부모로 구성된 고용부 정책 멘토단은 “한두 번 교육받는다고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걱정된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나 친인척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 더 안심된다” 등의 의견을 냈다.

올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200만원이지만 기관에서 가져가는 각종 서비스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가정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250만원 이상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국민일보에 “이 돈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누가, 왜,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겨우 1년 된 만큼 국내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하며 장기적 관점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합법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