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고기압’에 갇힌 한반도… 8월 중순까지 살인폭염

입력 2023-08-01 00:02 수정 2023-08-01 00:02
30일 오후 인천 중구 용유도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적 폭염’이 8월 중순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폭염은 두 개의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겹치면서 뜨거운 공기층이 하층부터 쌓여 나타났다. 두 고기압 중 하나의 세력이 약화하지 않는 한 폭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다고 31일 밝혔다. 도심과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을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전국 180개 지역 중 178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는데, 1일과 2일 낮 최고기온도 36도로 예상된다.

대기 불안정으로 2일까지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수도권과 강원내륙 및 산지, 충청권과 경북내륙 및 경남내륙 등에는 8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겠다. 하지만 소나기가 내려도 기온이 빠르게 올라 높은 습도와 더해지면서 체감온도를 오히려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전망이다.

장마가 그치자마자 폭염이 기승을 부리게 된 건 한반도가 동시에 다른 두 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기 상층의 10㎞ 부근에는 뜨겁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그 아래로는 따뜻하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겹겹이 위치하면서 커다랗고 뜨거운 공기덩어리가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게 됐다. 이 공기덩어리가 태양열에 가열되면서 기온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이다. 다만 더운 공기가 반구 모양으로 특정 지역을 가둔 열돔(Heat Dome) 현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열돔 현상의 경우 대기 정체와 관련 있으며 일반적으로 일주일 정도면 해소되곤 한다.

경기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31일 한 직원이 전력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폭염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비해 오는 9월 15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대책을 시행 중이다. 연합뉴스

이에 비해 이번 폭염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상청의 예상이다. 어느 하나의 고기압 세력이 약화해야 고온 현상이 해소될 수 있는데, 기상청은 8월 중순까지도 낮 최고기온이 34도 수준에 머무는 등 고기압 세력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다.

기상청 관계자는 “평년 여름철을 보면 열대야 현상이 8월 15일쯤까지 이어졌고 서울은 같은 달 23일까지 계속된 날도 있다”며 “이번에도 8월 중순까지는 폭염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속출하자 정부도 폭염 대책에 분주해졌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이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3명이다. 이 중 10명은 장맛비가 그치고 무더위가 찾아온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신고된 것이다.

태풍 변수도 있다.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던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꺾어 한반도나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도 생겼다. 이날 오후 3시 ‘매우 강’ 등급으로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550㎞ 해상을 지난 카눈은 북서진하다가 오는 3~5일 오키나와 서쪽 해상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관측됐다. 카눈이 우리나라를 향해 올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