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 원인 밝혀지나… “‘연필 사건’ 학부모와 통화 분석”

입력 2023-08-01 00:04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인도에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교내에서 사망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24)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일주일 전부터 학생들 다툼 문제로 접촉한 학부모와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분석과 함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파악하기 위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핵심은 학생들 간 이른바 ‘연필 사건’에서 비롯된 학부모와의 갈등이 A씨 죽음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연필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부터 고인이 사망한 18일까지 A씨와 학부모 사이에 수차례 통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필 사건이란 A씨가 담임인 1학년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사건을 말한다. A씨는 이후 특정 학부모로부터 항의와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의 업무용 메신저인 ‘하이톡’ 대화 내용, 교내 유선전화 통화 내역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교내 CCTV와 A씨의 업무용 컴퓨터, 업무일지 등도 확보해 그의 사망 전 행적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연필 사건 이전 A씨와 학부모들 간 통화내역도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보한 참고인 진술은 (참고인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게 아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 같은 전언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기록 등 객관적 증거와 대조하고 범죄 여부를 규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A씨 사망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물을 정도의 핵심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학부모의 폭언, 과도한 압박 등의 행위가 입증될 경우 학부모가 형사 입건될 가능성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부모가 교사의 자질을 폄하하는 폭언을 하거나 교사에게 의무 없는 사적인 일을 시켰다면 큰 범죄”라며 “강요죄나 협박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교육부 차원의 징계 절차도 가능하다. 서이초 교장은 지난 20일 “고인의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으며 이는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도 기피 업무”라는 반박이 제기됐었다. 통상 1학년 담임은 신참 교사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A씨는 지난해 5월 이후 10차례나 교장에게 업무 관련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학부모 민원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교육 당국은 교육부·교육청 합동조사를 오는 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