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실사 돌입… 관건은 지급여력비율

입력 2023-08-01 04:06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보험 경영권 인수를 가를 가늠자는 지급여력비율이 꼽힌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금융당국 권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하나금융(AAA·안정적)의 신용도까지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경영권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했다. 실사는 한 달에서 한 달 반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사 이후 주식매매계약 체결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치면 연내 인수가 완료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다. 여기에는 현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에 따른 1등급 상향이 적용돼 있다. 대주주가 산은에서 하나금융으로 변경된다 해도 이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두 곳 모두 신용등급이 AAA(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비율이다.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며 재무 상태가 열악한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자본 확충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47.7%이며 선택적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01.7%다. 생명보험업계 평균(경과조치 전 192.6%)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며 금융당국 권고 수준(150%)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금융권에서 하나금융의 KDB 생명 인수를 ‘반신반의’하는 것도 이처럼 낮은 지급여력비율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적잖은 부채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도 이번 실사에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적정 수준까지 맞추기 위해 얼만큼의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에 최대 1조원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KDB생명 지분 92.73% 전량 매각가로 2000억원 안팎이 거론된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지급여력비율을 맞추려면 신주발행 방식 등 5000억~8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자금이 과도할 시 하나금융의 신용도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 한계가 1조2790억원을 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당국의 이중레버리지비율 권고 수준(130% 이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말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3.2%, 부채비율은 38.2%로 은행금융지주 평균(109.9%, 29.3%)보다 높은 상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