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으로 ‘북적’… 보드게임하며 복음 전해

입력 2023-08-01 03:03
교회 입구의 보드게임들이 놓인 책장 모습.

서울 동대문구 생수가흐르는숲국제교회(오영섭 목사)에 지난달 들어서자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오영섭 목사와 간사 10여명이 수련회 준비를 위해 회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목사는 예배단에 서서 간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그룹 모임, 활동 운영 등과 관련해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교회가 위치한 이곳은 캠퍼스 타운을 방불케 할 만큼 한국외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대학에 둘러싸여 있다. 오 목사는 2005년 캠퍼스 선교단체인 ‘랜드마커미니스트리’를 설립하고, 9년 후 12명의 간사와 함께 현재의 교회를 개척했다. 이들의 동행은 곧 20주년을 맞는다.

미래선교의 핵심은 도시선교

생수가흐르는숲국제교회의 주일 분위기는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한국인 성도가 북적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인데 이 교회의 주 성도는 외국인 유학생이다.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일본 등 학생들의 출신 국가도 각양각색이다. 오 목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학생들이 도시로 몰리는 추세”라며 “유학생 선교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도시선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가 도시선교를 꿈꾸게 된 건 우연한 계기가 작용했다. 9년 전 캠퍼스에서 복음을 전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반응이 없는 반면, 유학생들이 말씀에 반응을 보였다. 이때부터 교회의 방향을 국제교회로 정했다. 오 목사는 “유학생 사역은 사람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표에 이끌려 온 결과”라며 “도시선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선교를 하다가 도시선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됐다”면서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도시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됐다”고 덧붙였다.

도시선교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했다. 오 목사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대규모 인구가 밀집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도시에서 정착민들과 이주민들이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도록 창의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플랫폼 선교.’

그래서일까. 오 목사의 목회 철학도 이와 상응한다. ‘예배’ ‘선교’ ‘도시공동체’가 핵심이다. 오 목사의 말이다.

“예수님께서도 에클레시아(불러냄을 받은 성도들의 공동체)를 강조하셨어요. 생수가흐르는숲국제교회도 모이면 예배하고 흩어지면 선교하는 ‘움직이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교회의 본질은 예배와 선교거든요. 가장 기본적인 본질을 담아내는 공동체가 되기를 꿈꾸고 있어요.”

예수님의 3대 사역인 교육·선교·치유를 꿈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목사의 부연이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도시와 마을을 다니시면서 사역하셨잖아요. 그중 소그룹 사역과 대중 사역을 함께 하셨거든요. 하지만 그중에 제일은 사람을 세우는 사역이에요.”

보드게임으로 복음을 전하다

오영섭 생수가흐르는숲국제교회 목사가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교회에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오 목사의 평생 비전은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현재 랜드마커미니스트리에서 활동하는 간사들이 제자 사역의 열매다. 간사 중에는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는 예도 있다. 또 유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가 복음을 접하고 간사의 길로 들어선 이도 있다.

다양한 문화 종교 언어를 가진 이들에게 맞춤으로 복음을 전하는 데는 한계와 장벽이 존재한다. 이를 허물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 보드게임이었다. ‘로스트 트레저’라는 이름의 보드게임을 개발했다. 잃어버린 보물을 찾는 것이 기본 스토리이다. 간사들이 게임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데 직접 참여했다. 다양한 언어권의 학생들을 포괄하려고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로 번역했다.

오 목사는 “예수님께서도 스토리 텔링을 통해 복음을 전하셨다”며 “처음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게임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이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을 맞게 된다”고 전했다.

복음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초신자들을 위해 게임에 종교적 색채는 넣지 않았다. 온전히 사람 대 사람을 알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교회는 매년 ‘허그(HUG) 페스티벌’을 연다. 허그는 ‘행복한 음식·유일한 기쁨·역동적 그룹’의 영문 약칭으로 미디어 음악 보드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 유학생들 사이의 경계심을 허물도록 이끈다.

오 목사는 “다음세대가 희망”이라며 “10~30대를 아우르는 미래세대를 위한 사역이 지속돼야 한다. 도시선교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복음 전파 방법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미래세대 눈높이를 강조하면서도 본질을 더 앞세웠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 등과 같은 선교 요소가 복음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오 목사가 교회의 비전선언문을 공유했다. 도시선교의 정체성이 담겨있었다. 전문은 이렇다. ‘모든 민족·세대·영역 가운데 나실인 세대를 세우는 사역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예비하는 거룩한 도시 선교 공동체.’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