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감성 장인’ ‘믿듣발(믿고 듣는 발라더)’. 대중이 가수 송하예(29)를 향해 붙여 준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송하예는 말한다. 진짜 듣고 싶은 수식어는 ‘힐링 싱어’라고. 올해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리메이크 음원 ‘바보 가슴’, 디지털 싱글 ‘처음처럼’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를 최근 서울 강남구 키야뮤직 사무실에서 만났다.
송하예는 “기도의 응답이란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대표님도 매니저도 선한 분들이라 이 사람들과 함께 라면 가수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데뷔 이후 10년을 줄곧 대중가수로 활동해 온 아티스트가 전하는 답변이라 하기엔 어색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최고 작곡 듀오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인 ‘알고 보니 혼수상태(김지환 김경범)’와 손잡고 최근 가스펠송 ‘방주 프로젝트’의 첫 번째 가수로 나섰다는 사실(국민일보 7월 21일 보도)을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방주 프로젝트는 하나님이 방주를 통해 노아의 가족을 구원하신 것처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잊고 사는 수많은 영혼을 살릴 수 있는 ‘음악적 방주’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송하예가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면 그의 신앙적 고백에 더 공감된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최다 가창 기록을 경신하며 ‘OST계의 신데렐라’로 불려온 송하예를 기억하는 이들은 노랫말과 작품 속 장면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연결해내는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그 과정엔 빛보다는 어둠 속 터널 같은 시간이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
K팝 스타 시즌2(SBS)에서 톱8에 오르며 주목을 받고 기대 속에 2014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지만, 가수로서의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2019년 발표한 곡 ‘니 소식’이 각종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을 땐 뜬금없이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며 주저앉아야 했다.
“힘겹게 버티며 찾아온 기회가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되돌아보니 진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던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요. 모태신앙으로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자라왔지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걸음이 뚝 끊겼었죠. 다시 돌아오기까지 힘들고 아픈 길을 걸었던 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공감하고 노래에 깊이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하나님이 계획하신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정규 앨범으로 두각을 내지 못하던 시절, 드라마와 영화 OST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것도 그에겐 특별하다. 가사에 담긴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 송하예로 담금질해 준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발표된 방주 프로젝트의 첫 곡 ‘최고의 시간에’선 송하예의 섬세한 곡 해석력과 폭발적 가창력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고난과 시련 속에 사람들은 나를 떠나도 신실한 그분의 사랑이 내 삶을 지키셨네’로 시작되는 곡은 송하예가 전하는 삶의 고백과 묘하게 닮았다. 그는 “녹음 당시 후렴구에 나오는 ‘아버지’라는 가사를 절규하듯 불러 달라는 디렉팅이 있었는데 신앙적 감정선이 오롯이 담겼다”며 “그동안 불렀던 곡들은 몇 백만명이 들어도 큰 감동이 없었는데 이번 곡은 들어주신 분들의 하트(좋아요)가 100개만 넘어도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송하예는 베이직교회(조정민 목사)에 출석하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배우 최강희 개그맨 송중근 등과 성경 모임을 갖는다. 그에겐 꼭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다.
“음악적인 그 어떤 찬사보다 ‘죽도록 힘들었을 때 하예씨 노래로 버텼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렇게 ‘힐링 싱어’이자 K발라더로서 빌보드 차트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웃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