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연기 끝 만났지만… 동상이몽만 확인한 ‘명낙회동’

입력 2023-07-31 00:0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과 이 전 대표 측근인 윤영찬(왼쪽 두 번째) 의원이 배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렵게 성사된 이낙연 전 대표와의 ‘명낙회동’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내 단합을 강조하려 했지만, 양측의 미묘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이재명 10월 사퇴설’까지 흘러나와 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만찬 회동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며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단합’에 방점을 찍은 이 대표에게 이 전 대표는 ‘혁신’으로 응수한 것이다.

친이낙연계 한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단합만 한다고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민주당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당원들만 단합한다고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이 전 대표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며 “이 전 대표는 총선에서 백의종군의 자세로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총선에서 당을 위한 역할은 하겠지만, 이 대표와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양측의 입장 차가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친명계 한 의원은 “단합이나 혁신이나 총선 승리를 위한 것들”이라며 “한입으로 총선 승리를 말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계파 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당 지지율은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에 가까운 29%를 기록했다.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4.5% 포인트 급락한 43.3%로 집계됐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이 대표의 10월 사퇴설까지 제기됐다. 10월로 예상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대장동 사건 1심 선고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이 대표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퇴 옵션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여권 성향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9일 라디오에서 “10월에 이 대표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새로 뽑는다는 의견에 40명 정도의 의원들이 합의했다”며 “(후임 당대표로) 김두관 의원을 밀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터무니없는 지라시 수준의 소설”이라며 “상상력은 자유지만 남의 당을 소재로 소설 써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발끈했다.

이동환 신용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