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들을 ‘업어서 대학 졸업시킨 어머니’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담이 아니다. ‘지극한 모성애’의 사례라기 보다 ‘가족에게 책임을 미뤄버린’ 장애인 복지의 비극적 현실 폭로다. “해외여행 얘기를 하지만 우리는 안 바란다. 동네 밖이라도 나가 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부모의 눈물이 훨씬 현실적이다.
장애는 노화보다 발생 시점이 빠르다. 장애는 늙음보다 긴 고통을 줄 수 있다. 장애는 종류가 여럿이고 양상도 다양하다. 그래서 장애인 서비스는 설계가 복잡하다.
장애인 대책이라면 흔히 소득·고용·건강·이동수단 등을 꼽지만, 사실은 지역사회 돌봄이 가장 바탕에 깔려야 한다. 2021년 말 기준 장애인 총수는 265만명이고 돌봄이 필요한 ‘심한(옛말로 중증)’ 장애인만 해도 98만명이다. 이들은 병원에 가기 어려워 감기·설사가 큰 병으로 악화하기도 하고, 활동 보조가 없으면 방안에 갇혀 살기 십상이다. 재가 진료, 가정 간호, 사회 복지, 요양 서비스 등 적절한 방문 서비스와 주·야간 보호를 양대 축으로 하는 지역사회 돌봄이 제공되면 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같은 시점에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노인의 수가 105만명이었음을 생각하면 노인과 장애인의 지역사회 돌봄 수요는 거의 비슷한 규모로 짐작할 수 있겠다.
장애인들의 삶에서 ‘집’이 갖는 중요성이 너무 경시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처지라 할 수 있는 시설 장애인의 수는 2만8565명(2021년)이다. 이들의 80.7%는 발달(지적·자폐)장애, 13.4%는 뇌병변·지체 장애인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장애인이 된 경우가 많아 “내 집에서 혼자 살아 보고 싶다”는 안타까운 ‘평생 소원’을 갖고 산다. 이들이 혼자서도 살 수 있는 ‘복지 주택’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렇지만 절대 다수의 심한 장애인은 가족과 함께 산다. 재가 장애인을 위한 ‘주택 개조’ 사업이 시급하다. 지체·뇌병변 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없애거나 문을 넓혀 주고 앉아서도 쓸 수 있는 높이의 세면·개수대를 만들어 준다면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교통 등 외부 공간의 이동성뿐 아니라 실내 공간의 이동성 또한 같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사회 돌봄은 서비스의 변화뿐 아니라 공간의 변화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