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을 하루 앞둔 모범수들이 홀로 사는 노인의 집을 청소했다. 10여년 만에 교도소 담장 밖으로 재개된 봉사 활동이었다. 재소자들은 최고 기온이 33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사회 적응에 한 걸음 다가갔다.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소장 김영식)는 재소자 5명과 임직원 6명이 지난 27일 이웃한 홀몸노인 보금자리를 찾아 봉사 활동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2010년 12월 한국교회 연합으로 설립된 소망교도소는 아시아 최초 민영 교정시설로 재단법인 아가페(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운영하고 있다.
이날 재소자들은 85세 노인이 혼자 사는 컨테이너 집을 방문했다. 10년 전 지은 조립식 건물 내부는 신발을 벗기 힘들 정도로 누추했다. 봉사 활동에 참여했던 조명희 소망교도소 총무과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람이 사는 집 같지 않았다.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니 먼지가 아니라 흙이 쌓여 있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재소자들은 노란 조끼와 고무장갑을 끼고 썩은 음식과 사용할 수 없는 물건부터 치우고 물청소를 했다. 독거노인의 보금자리엔 하나뿐인 선풍기도 고장이 나 작동하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발효된 폭염경보 속에서도 봉사자들은 3시간 남짓 청소를 이어갔다. 깨끗이 닦은 바닥에 여주 북내면이 제공한 새 이불을 깔고 나서야 봉사 활동은 마무리됐다.
이날 청소는 10여년 만에 재개된 사회봉사 활동이었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영식 소장은 교도소 밖 교정 교육을 강조하며 북내면장과 함께 재소자 봉사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재소자가 사회봉사에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 봉사엔 10여명이 지원했으나 여건상 5명만 함께했다. 소망교도소 측은 “평상시 수용 생활 태도와 출소일 등을 고려해 자원봉사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회봉사에 참여했다고 특별한 인센티브가 부여되진 않는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소망교도소는 교도소 밖 봉사 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 행정복지센터뿐만 아니라 교회나 봉사단체와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다.
김 소장은 “재소자들이 출소 후 또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교도소에서 거듭나고 회복돼야 한다”며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공생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범수가 아니더라도 죄를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재소자들에게는 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