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동영상은 고질적 부실 시공 막을 안전장치”

입력 2023-07-31 04:06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금이 디자인서울을 업그레이드할 적기라는 정책적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건설 현장의 모든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관리하는 서울시 시스템에 민간 건설사들도 동참하도록 하는 등 ‘부실공사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상당수 건설사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28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안전에 관해선 ‘오세훈법’ 수준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 2~3년 지나고 5년 지나면 서울에서 부실시공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16대 국회의원 시절 개정을 주도한 정치관계법(오세훈법)은 법인·단체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해 로비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그는 5선 서울시장 또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6대 4 정도로 내가 시작한 서울시정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렬해진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많았다. 어떻게 대비하나.

“이미 발생했던 사고 유형에 대해선 확실한 매뉴얼이 완비됐다. 문제는 이상기후 때문에 어디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게 불안한 것이다. 기존에 없던 패턴의 사고가 인명피해를 동반했을 때 우리가 신속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가장 두렵다. 늘 긴장하고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도 수해 피해가 컸다. 대심도터널은 얼마나 진행됐나.

“조 단위 비용이 들어가는 공사는 절차가 매우 신중하고,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환경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 기재부에 가 있다. 속절없이 몇 개월 기다려야 한다. 근본적으론 기존 계획이 뒤집히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졌다. 박원순 전 시장이 취소했다고 하지만 사실 박 전 시장은 임기 중 수해를 당한 적이 없다. 그때 사이비 전문가가 온갖 학회에서 말도 안 되게 공격하고, 시 공무원까지 협박하는 바람에 결국 박 전 시장이 못한 것이다. 그 부분에 울분을 느낀다. 대심도터널 7곳 조성 계획 중 양천구에만 하나 설치됐는데, 그 이후 양천구는 한 번도 수해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

-부실공사에 시민들의 불안이 심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영상녹화 앞에 장사 없다. 100% 채증되기 때문에 설계대로 정확하게 시공하지 않으면 나중에 전부 책임 문제로 돌아온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외국에서 정말 잘 지은 건축물을 보면 다 우리 건설사들이 지은 것인데, 국내에서 지으면 못난이짓을 한다. 이 문제는 녹화하면 99.9% 해결된다.”

-한강 개발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만들 계획인가.

“시내에 여가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땅이 없다. 사실 관광객이 가 볼만한 곳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적절한 유효공간을 한강으로 보고 한강에서 50개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놀랍게도 박 전 시장은 10년간 정말 1원도 한강에 투자하지 않았다. 표지판 하나를 안 바꿨다. 내가 세웠기 때문에 다 안다. 매년 보수해야 하는데 단 하나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 한강에 원수진 사람처럼 투자를 안 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

-디자인서울도 2.0으로 새로 추진하는데.

“과거 디자인서울은 너무 시대를 앞서간 정책이었다. 저항도, 비아냥도 있었지만 디자인서울 매뉴얼이 사실 전 국토를 다 바꿔놓았다. 얼마 전 한 도시를 방문했을 때 ‘디자인서울 매뉴얼에서 이름만 변경해 시내를 싹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선 후엔 ‘저 사람 디자인만 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 다른 걸 먼저 했다. 그런데 최근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상점에서 파는 물건이 아예 바뀌었다. 10년 전에 비해 취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우리 국민 수준이 디자인을 즐기는 수준이 됐다. 지금이 힙한 서울,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쿨한 서울 만들기에 적기라는 정책적 확신이 들었다. 이제 적기가 된 만큼 그걸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버스 시위에 돌입했다.

“그분들은 제 기준으로는 억지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억지는 아니었다. 10년 전, 20년 전으로 돌아가면 장애인 이동수단이 부족했다. 사실 공공에서 빌미를 제공했다. 초기 주장도 다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저상버스 비율도 72%인데 3년 내 100%로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가 안 하겠다고 하면 할 수 있는 시위지만 우리가 하겠다는 데에도 시위하는 것은 억지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끊거나 혐오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증오의 정치 때문이다. 나는 국민의힘 소속이니 민주당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은 증오의 선동정치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된 게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니 극도의 증오 정치에 빠져들고 있다. 이 대표의 존재 자체가 민주당으로선 매우 암울한 전망의 바탕이 될 것이다. 정치는 상대적인데 모든 사안을 극렬히 반대하며 증오의 정치를 하면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초불확실성의 AI 시대에 증오의 정치를 하는데 국민이 용납할 리가 없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다음 대선에서 국민이 부른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약자와의 동행으로 갈 것이다.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포용이다. 성장도 안 할 수 없다. 이른바 포용성장이 다음 선거의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나는 보통 때는 5선 서울시장과 대선 출마 비율을 5대 5 정도 가능성을 두고 말한다. 그런데 시정에 몰입하면 할수록 점점 더 시장을 한 번 더 하고 싶어진다. 지금은 6대 4 정도로 내가 시작한 서울시정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렬해진다. 솔직한 심정이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