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1)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 ‘일터 사역’ 또한 하나님 은혜

입력 2023-08-01 03:04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일터 사역의 대부’. 주변에서 나를 소개할 때 적잖게 붙여주는 수식어다. 이렇게 소개받을 때마다 ‘과연 내가 이런 평가를 들을만 한가’ 싶어 민망한 마음이 든다. 아마 1990년대 당시로선 생경했던 ‘일터 사역’을 한국교회에 알리고 그간 일터 사역자를 양성해온 걸 높이 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일터 사역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내 성향에서 비롯됐다. 잘하지 못하는 건 쉽게 포기하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았다. 직장 일이 맞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신학교로 유학을 떠난 일, 목회에 자신이 없어 기업 사목을 하며 일터 사역을 시작한 일, 기존 교회대로 목회할 자신이 없어 건물과 프로그램에 의존치 않는 ‘가정교회’를 세운 일…. 모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성향 덕이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영어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걸 느끼고 많은 이가 하지 않는 프랑스어를 배운 것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불어권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프랑스 개신교 공동체인 ‘미션 디모데’를 발굴해 한국교회에 소개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도가 항상 성공으로 귀결되진 않았다. 하나님의 은총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던 인고의 시간도 많았다. 유학 시절엔 생계를 위해 한밤중에 건물을 청소했다. 낮엔 공부하고 밤엔 일하는 이 경험은 훗날 일터 사역 중 마주한 기독 직장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입시 과외를 하며 실제적인 가장으로 살아온 것도 돌이켜보면 지금의 노동관과 직업관, 일터사역관을 세우는 데 영향을 끼쳤다.

‘역경의 열매’ 제안을 받고 고민이 됐다. 내 주제에 맞지 않는 일 같아 망설여졌다. 괜히 자랑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내 경험이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여러 권의 책을 내고 교수도 했으니 달필에 말은 청산유수라고 여기는 분이 적잖은데 기실 그렇지도 않다. 교수 생활도 했던 목사이지만 여전히 무대 공포증이 남아있다. 서울대를 나와서 콜럼비아대학 박사가 된 이력 때문에 어디서든 환영받았을 거라 짐작하는 분도 적잖다. 하지만 귀국 후 얻은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실직된 아픔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50대엔 류머티즘으로 고통을 겪었고 심장 수술로 생명의 위기도 경험했다.

성경 속 신앙 선배들은 하나 같이 ‘내 삶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나 역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 12:9)

약력=1952년 출생,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미국 리폼드신학교 신학 석사(MDiv, MCE), 컬럼비아대 교육학 박사(EdD), 전 이랜드그룹 사목, 일터개발원 이사장. 저서 ‘출근하는 작은 예수’ ‘크리스천 직장백서’ ‘미션디모데’ ‘쉬운 기독교 값진 은혜’ 등.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