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인질’ 돼버린 우주항공청… 정쟁에 되는 일이 없다

입력 2023-07-28 04:04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신설될 우주항공청에 발사체, 인공위성, 첨단항공 등 여섯 부문을 거느린 우주항공임무본부를 두고 외부 연구기관과 유기적 체계를 구축한다는 골격을 설명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능을 우주항공청에 모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관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브리핑한 내용은 확정된 게 아니었다. 확정할 수가 없었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우주항공청 특별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과는커녕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 장관은 “법안 제출 후 시간이 많이 지나 국민 여러분이 궁금하실 듯해서” 브리핑하는 거라고 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이다. 필요성과 시급성을 다들 인정하는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놓고 지난 두 달간 공전을 거듭해왔다. 5월 말 위원장 교체 이후 제대로 된 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일본 오염수, KBS 수신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설 등 정쟁화한 사안들이 발목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내 설치” 방침에 장제원 위원장과 여당 측은 우주항공청 법안을 서둘렀지만, 야당 위원들은 오염수·수신료·이동관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며 회의를 거부했다. 급기야 장 위원장이 “우주항공청법을 처리해주면 물러나겠다”고 위원장직을 거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졌고, 어제와 그제 직권 소집한 과방위 전체회의는 야당의 불참에 반쪽짜리가 됐다.

곡절 끝에 안건조정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우주항공청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안심할 수 없다. 최장 90일까지 논의하는 기구이고 다수인 야당에서 위원장을 맡는 터라, 방통위원장 임명 문제 등 여야 대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제대로 굴러가리라 장담키 어렵다.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인질’이 돼 있다. 그놈의 정쟁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