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아이디어·기부금 의미 커… 올해 대면 코칭에 최선”

입력 2023-07-27 04:03 수정 2023-07-27 09:33
김선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프로(왼쪽)와 박혜준 삼성전자 한국총괄 프로가 지난 1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쯤의 일이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소통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에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디딤돌가족’ 멘토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다. 이 소식을 1년 동안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2년 연속으로 30인의 멘토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범 운영한 ‘삼성 희망디딤돌 멘토단’부터 참여했던 김선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프로와 박혜준 삼성전자 한국총괄 프로를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 서울 강남구에서 각각 만났다.

두 사람은 “임직원 아이디어로 탄생한 사회공헌(CSR) 활동인 데다 우리가 내는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고 뿌듯해했다. 따로 인터뷰를 했는데, 마치 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둘은 공통분모를 드러냈다. 본인이 도움을 받았듯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 ‘코칭’에 푹 빠져 있는 두 사람은 ‘준비된 멘토’였다. 한 명은 남자 아이 둘을 둔 워킹맘으로, 한 명은 딸 넷의 아빠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데 코칭이 큰 디딤돌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문 코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사내외에서 코치로 맹활약 중이다.

사실 지난해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멘토링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대면으로 만나는 게 효과적인데 기껏해야 한두 번 직접 얼굴을 맞댔을 뿐, 대부분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야 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워 올해는 주어진 10회의 기회를 되도록 대면하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둘의 포부다.

선입견이 깨지는 시간의 연속

김 프로가 지난해 처음 멘토와 멘티로 인연을 맺은 자립준비청년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여성이었다. 서울에서 충남의 한 지방 터미널로 만나러 가기 전까지 김 프로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선입견이 은연중에 드러나지는 않을까 하는 심리적 부담이 있었다. 불안감은 그를 만난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 프로는 “멘토링하기 위해 전문 코치에게 별도로 코칭을 받을 만큼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막상 만나 대화를 해보니 무척 밝았다. 선입견이 매일 깨지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김 프로는 ‘강점 코칭’에 주력했다. 혼자 뒤처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그에게 강점을 찾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뛰면서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딸 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있고, 힘들어 하는 사람을 돕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착한 인성을 스스로 발견해냈다. 김 프로는 “자신도 가진 게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풀어나갈 힘이 생겼다는 말을 했다”면서 “재능이 많은 친구인데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취준생’인 청년은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가 자기소개서 끝에 적은 문구는 김 프로에게 울림을 줬다. “걱정을 노력으로 승화시키고, 걱정은 노력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못할 것은 없다.” 감동한 김 프로는 이 문구를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멘티에게 선물했다.

헤드라이트 달아주는 역할

박 프로는 아내의 선배 추천으로 아이 넷 양육을 위해 ‘감정 코칭’을 시작했다가 ‘올인원 코칭’으로 배움의 범위를 확장했다.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게 되니 남의 것을 바라보고 수용할 여유가 생겼다. 배터리로 보면 용량이 자꾸 커지는 건데, 얼마큼 커질지를 계속해서 실험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코치 경력 10년이 넘은 박 프로도 자립준비청년을 처음 대할 때엔 조심스럽고 낯설었다. 박 프로 역시 기우였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느 20대 청년처럼 사회 진출을 고민하는 사촌동생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박 프로의 첫 자립준비청년 멘티는 군대를 제대한 24살의 남성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조선·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기도 했는데, 대화가 깊어지는 도중 심리학에 관심을 보여 수능에 재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나은 미래를 위해 취업보단 대학 진학을 택했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대륭빌딩에서 만난 박 프로는 ‘질문의 힘’을 강조했다. 박 프로가 생각하는 멘토의 역할은 ‘멘티가 자신이 가진 것을 발견하게끔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면 멘티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게 멘토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최종 목적은 코칭 자체가 필요 없는 세상에 살게끔 하는 것이다. 박 프로는 “우리가 할 일은 자기 안에 있는 가능성을 찾도록 헤드라이트를 하나 더 달아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주위에서는 ‘일도 바쁜데 언제 멘토링까지 하고 있느냐’고 묻지만, 박 프로는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이 유지되는 한 매년 멘토로 참여할 생각이다. 두 번째 멘티를 만나기 전인데, 벌써부터 설렌다는 그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들 때 누군가에게 지지가 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면서 나 역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상호보완적 시간이라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