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대출규제 푼다는데… 뛰는 가계대출 더 부추길라

입력 2023-07-27 04:08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 완화가 27일부터 1년간 시행된다. 역전세 대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들썩이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대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 중 내년 7월 31일 전에 계약만료로 반환수요가 발생하는 경우, 보증금 차액분에 대한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적용한다고 26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집주인(개인)에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고, 임대사업자는 임대업자이자상환비율(RTI) 1.25~1.5배를 1배로 완화한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의 개인 다주택자는 금리 4.0%에 만기 30년의 대출을 이용할 경우 대출한도가 약 1억7500만원 증가한다. 역전세로 인한 평균 전세보증금 차액이 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역전세 해결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는 ‘갭투자자’를 구제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대출 자금이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출 외에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집주인에게만 규제를 풀어준다. 빌린 돈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도록 세입자에게 대출금을 직접 지급하고, 반환 대출을 이용하는 기간에는 신규 주택을 구입 못하도록 한다. 주택 구입이 적발되면 대출 전액 회수와 함께 3년간 주택담보대출 사용이 금지된다.

후속 세입자가 구해지면 곧바로 그 돈으로 대출을 갚아야 하고, 당장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1년 내 세입자를 구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서 사는 경우도 지원해 주지만, 대출 실행 후 1개월 내 입주해야 하고 최소 2년 이상 실거주하는지 점검을 받아야 한다.

집주인은 후속 세입자를 위한 전세금반환보증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후속 세입자와 계약 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을 특약으로 넣고, 은행도 이런 전제하에 대출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후속 세입자 입주 3개월 내 보증에 가입해야 하며,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대출금 전액 회수 조치가 이뤄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서울보증보험(SGI)은 새로운 보증보험 상품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한시적 완화라고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5조9000억원 증가한 106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DSR 적용 예외 축소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금 차액에 대해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고 불필요한 반환 대출 수요도 여러 제도적 장치로 차단된다.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