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사형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목소리도

입력 2023-07-27 00:04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33).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를 옹호하는 여론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반사회적 흉악범죄자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게 국민 법 감정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그간의 판례 등을 봤을 때 흉기난동범 조선(33)에 대한 사형 선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씨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20대 피해자의 사촌 형은 지난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사형’ 처벌을 요청한다”는 글을 올렸다. 조씨는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일면식 없는 피해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등 죄질이 무겁다는 평가다.

하지만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1명인 살인 사건의 경우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등 엄격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교도소 복역 중 다시 동료 수용자를 살해한 A씨(26) 사건에서도 ‘사형 선고는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중학생 딸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1심 사형에서 2심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의 보수적 판단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국가로 분류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사형 선고가 형벌로서 실효성을 상실한 현재 시스템을 고려했다”고 했다.

대법원의 사형 확정은 2016년 일반전초(GOP) 총기 난동 사건으로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이 마지막이다. 사형 집행은 김영삼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여의도광장 차량 질주 사건’ 범인 김용제 등 23명을 대상으로 한 이후로는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사형 집행 여론에 대해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 사형 집행 시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내외적 현실을 고려할 때 국민 대다수가 원하거나 공론화 과정으로 정리되지 않는 이상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기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사형존치론 측은 과학수사가 발전해 사형 집행의 오판 남용 가능성이 거의 없고, 흉악범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이 확정돼도 집행을 안 하다 보니 법 경시 풍조가 생기는 것도 현실”이라며 “피해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었는데, 죽인 사람은 버젓이 국가 보호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폐지론 측은 국가의 제도적 살인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반론을 편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데 청구인 측은 지난해 7월 공개변론에서 “사형제가 범죄를 예방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고, 생명은 절대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사형제를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있다. 하지만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보다 더 반인권적이고,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