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실습 의대생 “환자 살리는 수술… 책임감 배웠다”

입력 2023-07-27 04:04 수정 2023-07-27 04:04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의대생들이 26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현미경으로 합성 혈관을 살펴보며 봉합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차민주 기자

뇌혈관 분야 명의로 꼽히는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26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 실습실에 들어섰다. 여름방학을 맞아 실습을 나온 의과대학생들은 방 교수의 말과 몸짓 하나에 집중했다. 학생들은 합성 혈관을 꿰매 붙이는 혈관 문합술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실제 사람의 뇌혈관은 지름 약 1㎜ 굵기지만, 학생들은 2㎜로 실습했다. 처음부터 어려워 흥미를 잃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병원에서는 오는 28일까지 의대생 4명이 2주간 실습을 한다. 국내 신경외과의 위상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지만, 업무 강도가 높아 인력난을 겪는 대표적 분야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의대생 실습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신경외과와 공공·일차 의료 분야까지 추가해 6개 분야 255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방 교수는 학생들에게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도 보여줬다. 그만큼 신경외과 분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취지에서다. 충북대 의대 본과 3학년 고현준(29)씨는 “신경외과 수술은 환자에게 치명적이거나 드라마틱한 결과를 주는만큼 힘들어도 책임감이 크다는 걸 배운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학생들의 배우겠다는 눈빛이 살아있다고 느낀다”며 “한국의 필수의료 분야가 망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도 인턴 때 겨우 한 번 뇌를 보고 신경외과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실습을 통해 의대생들에게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집중치료실에도 11명의 실습생이 인체 모형으로 대퇴동맥을 찾는 실습을 했다. 모형이지만 주삿바늘을 찌르면 피가 나오고, 실제 사람처럼 초음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충북대 의대 본과 3학년인 김민지(24)씨는 3번의 시도 끝에 혈관 연결에 성공한 뒤 미소를 지었다.

외상 외과 역시 전공의가 기피하는 분야다. 김우경 길병원장은 “중증, 외상 분야는 중요한 만큼 얼마나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느냐에 응급 의료 성패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실습생들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 처치 과정도 지켜봤다. 가톨릭관동대 의대 본과 2학년 정모(26)씨는 “10층 높이에서 추락한 환자의 응급 처치를 보면서 교과서에서만 보던 장면을 접할 수 있었다”며 “2주 실습을 하면서 외상 외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실습 확대를 통해 의료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성남=차민주 기자, 김유나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