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5일(현지시간) 전 세계 곡물 가격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여파로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창고가 있는 흑해 연안 오데사에 이어 다뉴브강 인근에서 러시아의 공습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전량을 회원국 육로를 통해 우회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흑해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을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곡물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 평가 중이지만 10~15% 상승이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4번째 기한 연장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했다. 이후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전날엔 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하는 다뉴브강 인근 한 마을을 공습해 곡물 저장 시설을 파괴했다. 데니스 마르추크 우크라이나 농업생산자조합(UAC) 부회장은 “다뉴브강이 없으면 수출이 위태로워진다”며 “육로만으로 수출한다면 매우 적은 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 곡물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 시장에서 이날 밀 가격이 전날보다 2.6% 오른 부셸(1부셸=약 27㎏)당 7.7725달러에 거래되면서 지난 2월 21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EU는 우회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EU 농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국 농업장관회의를 마친 뒤 “우크라이나 수출물량 거의 전부를 ‘연대회랑(solidarity lanes)’을 통해 수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대회랑은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5개 동유럽 회원국(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육로를 거쳐 발트해 항구를 통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우회로다. 지난해 연대회랑을 통해 곡물 4100만t이, 흑해를 통해선 33만t이 수출됐다.
관건은 동유럽 국가들의 협조 여부다.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자국 육로를 통해 수출되면 농산물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자국 농업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