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32년 만에 세계잼버리, 한국 팬 늘어나는 계기 될 것”

입력 2023-07-28 04:04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과 청소년, 가족 정책을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 옆에 놓인 인형은 다음 달 1일부터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마스코트 ‘새버미’다. 최현규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올린 일곱 자 공약에서 시작된 여가부 존폐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부처 폐지를 공언한 대통령이 임명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재임 기간은 1년을 훌쩍 넘겼다. 언제 끝날지 모를 항해를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김현숙호(號) 여가부는 어느 때보다 돛을 활짝 펼친 상태다. 여성과 청소년, 가족 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고 웃으면서 “여성가족부가 존속하는 동안은 여성과 가족, 청소년 기능을 강화하고 보호를 두텁게 하려 한다. 그만큼 업무를 여러 가지로 확대해나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취임 이후 여가부는 특히 청소년 정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청소년은 그동안 정책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대상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지난 3월 고위기 청소년 지원 강화 내용의 ‘1호 약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 달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역시 청소년을 위한 자리다. 전 세계 158개국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한 데 모이는 축제이자,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국제 행사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 오는 각국의 청소년들을 단순히 행사 참가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잼버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K푸드와 K팝을 비롯한 K컬처를 접하게 되면서 한국의 팬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한국을 더 잘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의 잼버리 개최는 1991년 강원도 고성 대회 이후 두 번째다.

김 장관이 청소년(정책 대상으로서의 청소년은 만 24세까지)에 특히 관심이 높은 건 교수 시절 만났던 학생들 영향이 크다. 그는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다. 김 장관은 “상담하던 학생 중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중간고사까지는 성적이 좋다가도 기말고사에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경우가 있었다”며 “소년소녀 가장으로 아르바이트에 집안 살림까지 하다 보니 소위 ‘스펙’조차 쌓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 상황과 가정 여건 때문에 취업이라는 관문 앞에서 남들보다 더 분투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청소년 정책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거론하며 “지금 같은 시대에 청소년 한 명, 한 명은 너무나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된다”며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정 밖 청소년처럼 어떤 처지에 있든지 청소년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크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와 연관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위기 청소년의 마음 건강 돌봄을 위해 찾아가는 상담을 시작했다. 또 은둔형 청소년 발굴과 심리·정서적 지원 강화 로드맵도 곧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족 정책 강화도 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 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한부모가족 양육비 확대 공약을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제일 먼저 한부모가족 지원 시설을 방문했던 만큼 한부모가족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며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58%) 수준이고 이혼 후에 양육비를 지급받는 비율도 2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52%에서 60%로 낮춰 지원 대상을 2만명 추가로 확대했다.

김 장관의 여성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3월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김 장관을 ‘올해의 성 평등 걸림돌’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부처 슬로건을 ‘평등을 일상으로’에서 ‘언제나 든든한 가족’으로 바꾸고,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계획’의 명칭을 ‘공공부문 성별 대표성 제고계획’으로 바꾼 것 등을 두고 “여성 지우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장관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양성평등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곧 여성 지우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 전체가 약자는 아니다”라며 “(약자) 프레임은 여성 발전과 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나 양성평등 기능을 없애겠다고 말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여가부 존폐 문제가 마치 어떤 기능을 약화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진영논리”며 “시대가 바뀌면서 부처의 모습도 바뀔 수 있는데, 그것만 갖고 일부 단체가 여성 성평등 권리를 해친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건 굉장히 정치적인 공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한국 성평등 수준은 146개국 중 105위로 6계단 하락했다. 특히 경제 참여·기회(114위), 정치 권력 분배(88위)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경제 차별과 정치 권력 분배의 문제”라며 “정치 권력 분배는 국회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특히 성별 임금 격차 문제가 여전히 크다. 소득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게 여가부의 일”이라고 말했다.

어떤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김 장관은 “일단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부터 잘 끝내야 한숨 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에게는 고단하게 한 장관으로 기억 남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웃었다. 그는 “장관과 함께 많은 일을 하면서 고생했지만, 지나고 보니 여가부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좋겠다”며 “주어진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많이 개척한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