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친강 외교부장을 전격 면직했다. 신임 외교부장에는 왕이(사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임명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다고 CCTV가 보도했다.
전인대는 지난달 25일 이후 공식석상에 일체 나타나지 않았던 친 부장에 대한 면직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고, 표결에 상무위원 170명이 참석했다고만 밝혔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회담한 뒤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그의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이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회복 불가능한 중병에 걸려 별도의 공간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설이 나오는가 하면,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 문제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는 주장, 홍콩의 한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와 이어온 불륜 관계가 발각됐다는 설까지 제기됐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까지도 그의 소식을 묻는 취재진에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브리핑 질의응답에 친 부장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
친 부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주미 중국대사 재직 중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선 국무원 최고 지도부인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하기도 했다. 56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게 초고속 승진의 배경이라는 평이 돌았다.
7개월 만에 외교부장직에 복귀한 왕이 위원은 중국 공산당 서열 24위권인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외교부장을 겸임하게 된다.
한편 중국 전인대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도 교체했다. 인민은행 공산당위원회 서기를 겸하는 판궁성 부행장이 신임 인민은행 총재로 임명됐다. 판 총재는 중국 인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을 거쳐 2012년부터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임해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