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269일 만에 법적 책임을 벗게 됐다. 헌재는 총 159명이 숨진 대형 인명참사의 책임을 장관 한 명에게 지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애초 법리적으로는 인용 가능성이 낮은 탄핵소추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헌재는 이날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했다. 헌재는 사전 예방 조치, 사후 대응, 사후 발언 3가지 쟁점에서 모두 파면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못했다고 해서 국민 기본권 보호에 관한 헌법 규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여론 비판을 받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에 대해서는 “사후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난관리 업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현저히 실추시킨 발언은 아니었다고 봤다. 이 장관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30일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재판관은 해당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재판관 모두 탄핵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 탄핵심판이었다. 국무위원으로서는 처음이다. 탄핵이 인용된 것은 2017년 박 전 대통령 사건이 유일한데 당시에도 헌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이 장관은 헌재 결정과 동시에 탄핵소추 16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그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지난 6개월간 많이 고심했다”며 “천재지변과 신종 재난에 대한 관리체계와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거야(巨野)의 탄핵소추권 남용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이 장관을 둘러싼 정치적, 도의적 책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헌재 결정에 “참담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정부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았다”며 “(이 장관은)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형민 강준구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