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 연속 경제… 수입 큰 폭 줄어 역성장 면했다

입력 2023-07-26 04:05
게티이미지

한국 경제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으로 0%대 성장률에 그쳤다. 올 1분기에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에 힘입은 민간소비 회복 효과 덕분에, 2분기에는 수입 급감 효과로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상황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 등으로 하반기 한국 경제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은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실질 GDP는 국내 생산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합한 것으로 경제성장률 산정에 활용하는 지표다.


특히 2분기에는 수출과 투자뿐 아니라 민간·정부 소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늘었으나 석유제품, 운수서비스 중심으로 줄어들면서 1.8%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4.2% 감소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2분기 성장 기여도는 1.3% 포인트로, 5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는 의미다.

민간소비는 재화 소비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음식 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들어 0.1% 감소했다. 정부소비는 코로나19 감염자 감소 등으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줄면서 1.9% 감소했다. 이는 1997년 1분기(-2.3%)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과 설비 투자도 각각 0.3%, 0.2%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변동 없이 1분기와 같은 0% 수준을 유지했다. 실질 GDP가 0.6% 증가했지만 교역조건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앞으로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자동차, 선박 등의 수출 호조로 경기는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큰 폭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여전히 미미한 데다 대중 수출이 중간재에 편중돼 있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하반기 민간소비도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다소 위축될 수 있다.


IMF는 이날 ‘7월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를 발표하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국은행과 정부의 전망치와 같은 1.4%로 수정했다. 지난 4월 전망치 1.5%에서 0.1% 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해 4월 2.6% 성장을 제시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19일 수출 감소와 민간 소비·투자 부진을 근거로 전망치를 1.3%로 낮췄다.

다만 한은은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제조업 개선이 순수출 개선과 맞물리면서 (2분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며 “우리 경제는 불황이 아니라 부진에서 완화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