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사북면의 작은 마을에서 17년째 농촌목회를 하고 있는 전동훈(50·가일교회) 목사, 류사라(43) 사모 부부는 지난 14일 일곱째를 출산했다. 여섯째를 출산한 지 4년 만에 얻은 늦둥이 아들이다. 계획에 없던 임신에 이들 부부는 당황했지만 곧 하나님이 주신 복덩이라고 생각했다.
막내 이름은 이룰 성(成), 집 우(宇)자를 써서 ‘집안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성우’로 지었다. 실제로 성우가 태어나면서 가족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성우의 위로 태랑(19) 해준(17) 성진(12) 성실(4) 등 4명의 형과 수(15) 성은(9) 등 2명의 누나가 있다.
24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빵가게 ‘육남매 감자빵’에서 전 목사와 가족을 만났다. 가족들은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빵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산후조리원에서 회복 중인 류 사모를 대신해 전 목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가게는 류 사모가 전반적 운영을 맡고 있고 첫째 둘째 셋째가 엄마를 돕는다. 가게 내부는 갓 구운 감자빵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다.
전 목사는 가장이자 목회자, 제빵사이면서 농부, 9년 차 마을 이장이다. ‘1인 5역’이다. 평상시 빵가게는 류 사모에게 대부분 맡긴다. 대신 전 목사는 평일에 50명 정도 되는 주민의 이모저모를 챙기는 이장으로 변신한다. 고령의 어르신이 많아 콜택시를 불러주거나 마을의 대소사를 협의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게 그의 몫이다. 주일에는 10명 정도되는 교회 성도를 섬기는 목회자로 예배를 드리고 틈틈이 심방도 한다. 그 사이 사이에 2000평 정도 되는 감자밭을 일구면서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 바쁜 와중에 6남매에서 7남매 아버지로 변신한 그에게 가족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가족은 바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어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든든한 안식처”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물리적 정서적 안정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취업 결혼 출산 등을 기피해 ‘N포 세대’로까지 불리는 일부 젊은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힘든 일을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면 더 큰 어려움이 닥쳐와요. 힘든 일을 돌파했을 때 그 기쁨이 두 배가 되는 법이거든요. 소중함은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미리 겁먹고 포기하기보다는 돌파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행복은 상상 그 이상이거든요.”
춘천=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