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을 010으로’ 보이스피싱 번호 조작한 일당

입력 2023-07-26 04:02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발신하는 인터넷 전화의 번호 앞자리를 ‘070’에서 ‘010’으로 바꿔 범행을 도운 기업형 중계기 유통조직이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국내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 태국인 A씨(31) 등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건 전화번호를 변작해 범죄에 가담한 혐의(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를 받는다.

A씨는 중계기 사무실 26개를 관리하면서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으로부터 배송받거나 구매한 중계기 100여대를 각 사무실로 배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식으로 피해자 21명에게서 약 3억5581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검찰은 본다. 중계기 관리자들은 중계기 1개당 월 300만원 안팎의 수당을 받았다.

합수단이 확인한 보이스피싱 범행 횟수만 73회, 피해액은 15억원에 달한다. 일당 일부는 불법 취득한 외국인 여권 정보를 이용해 수백개의 ‘대포 유심’을 공급했다. 이 유심을 통해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한 뒤 중계기를 분산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피고인 대부분은 20~30대였으며, 미성년자도 있었다. B군(17)은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잃은 뒤 단기 고액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아 조직에 가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