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 슈퍼주니어, 앤디, 언터쳐블, 브라운아이드걸스, 에즈원, 영턱스클럽 등 수많은 톱 가수들의 곡을 만들며 90년대 잘나가는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다. 여기저기서 그를 찾았고 세상의 유명세에 휩쓸려 다녔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한순간이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79년생 나의현 작곡가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나의현 작곡가는 “돌이켜보면 이렇게 살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꿈인가도 싶기도 하다”며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당시 몸이 붓고 좀 이상한 느낌이 있었는데 간경화가 악화되면서 2017년 희귀난치성질병인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간 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다고 했다. 기적적으로 2019년 8월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게 됐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다. 고등학교 때는 클래식에 빠져들었고 추계예술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하고 보니 클래식으로는 먹고살 길이 막막했고 대중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해 미디(MIDI)음악을 독학하면서 곡을 만들었다. 그러다 주니퍼 ‘이제 다시’라는 곡으로 23세에 대중음악 작곡가로 데뷔했다.
그는 “아는 형의 소개로 가수에게 곡이 전달됐고 그 이후에도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계속 곡 제안이 들어왔다”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벌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명한 가수들과 작업하면서 돈도 잘 벌고 유명세를 함께 얻으며 방탕한 삶을 살게 됐다. 그는 “제작자들과 한잔 두잔, 술을 먹다 보면 그 끝은 흥청망청한 삶이었다”며 “죄의 종노릇 하던 때였는데 그때는 그게 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또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달려갔다. 그때 곁에 있던 사람들을 많이 잃었다”고 고백했다.
화려했던 그의 일상이 아프면서 모두 끝났다. 선천적으로 간이 좋지 않았던 그는 술을 많이 해서 간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가족들이 백방으로 간 이식 수술에 대해 알아보며 뛰어다녔다. 감사하게도 어머니 교회의 부목사가 간 이식 수술을 해주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돈도 다 필요 없고 나는 이제 병원에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폐동맥고혈압으로 쓰러진 후 2년 뒤에 간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중에 혈관이 터졌고 15시간 동안 수술을 했다. 수술하고 신장도 안 좋아져서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후유증도 너무 심했다. 8개월 정도 섬망증상이 있어서 악몽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4년간 계속된 투병생활이었다. 그는 “누가 봐도 죽었어야 할 인생이었는데 주님이 다시 살려주셨다”며 “주님이 다시 살려주신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술을 다 끊었다. 예전처럼 살면 안 되니까.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신 부목사님과 중보기도로 함께 해주신 지인들에게 마음의 큰 빚을 졌다. 무엇보다 심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을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투병생활을 끝낸 그는 다시 본연의 업으로 돌아와 열심히 작곡을 하고 있었다.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코요태가 이번 달 발매한 신곡 ‘바람’의 작곡에 함께했다. 그는 “워낙 프로페셔널한 팀이라서 곡 소화도, 녹음도 팍팍 진행이 잘 됐다”며 “합이 굉장히 잘 맞아서 녹음도 일사천리로 잘 끝났다.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백석예술대에서 강의도 하고 있고 드라마 OST 작업도 한창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며 “하나님이 주신 생명, 달란트로 평생 건강하고 즐거운 음악을 만드는 데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경이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