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의 미국 진출 전 별명은 ‘평화왕자’였다. 존재 자체로 리그 최고 유격수 논쟁을 끝내며 ‘평화왕’으로 통했던 선배 강정호만큼이나 압도적인 성적을 낸 데서 유래됐다.
그런 그가 메이저리그 입성 3년 만에 만개했다. 음주운전 추문으로 프로 판을 떠난 강정호의 눈앞에서 빅리그 개인 통산 첫 멀티 홈런을 터뜨렸다. 20홈런-20도루 대기록을 향한 걸음도 재촉했다.
김하성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 경기에 1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2안타가 모두 홈런이었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볼 카운트 2-1에서 피츠버그 선발 퀸 프리스터의 4구째 속구를 가볍게 걷어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3회 유격수 땅볼로 숨을 고른 그는 1-8로 패색이 짙어진 5회 절대적으로 불리한 0-2 카운트에서 실투성 슬라이더를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 좌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무기력한 4대 8 완패 속에 고군분투했다. 시즌 타율은 0.270까지 올랐다.
이날 대활약으로 올 시즌 홈런 개수는 14개까지 늘었다. 내셔널리그(NL) 2루수 공동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OPS도 0.810으로 동 포지션 기준 NL 5위다. 전반기 막판 뜨거웠던 타격감이 올스타 브레이크 뒤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최근 7경기에서 24타수 9안타 3홈런을 몰아쳤다. 이 기간 출루율은 정확히 5할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를 인정받은 김하성의 눈은 이제 20-20 대기록을 향한다. 남은 61경기에서 홈런 6개, 도루 2개를 추가하면 된다. 빅리그에서 20-20에 성공한 아시아인 내야수는 그간 한 명도 없었다.
불명예스럽게 방출되기 전까지 피츠버그에서 뛰었던 강정호는 이날 친한 후배인 김하성을 응원하고자 펫코파크를 찾았다. 경기 중 파울 볼을 맨손으로 잡으며 현지 매체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